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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위협에도 평화협정 주도한 산토스 대통령

중앙일보 2016.10.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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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 [로이터]

콜롬비아 내전을 종식시킬 평화협정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지만 노벨위원회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7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목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65) 콜롬비아 대통령은 2010년 취임 직후부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의 평화협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 결과 지난달 26일 FARC 지도자 티모셴코(로드리고 론도뇨)와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성사시켰다.

이날 오전 11시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위원회 발표 석상에서 위원회 대변인은 산토스를 선정한 이유로 “50여년 간 계속된 내전에 평화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의미 있는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측은 “이 상의 공로는 또한 크나큰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단지 평화를 위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콜롬비아 국민과 평화협상에 기여한 모든 관련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콜롬비아 내전은 좌·우 이념 갈등으로 1964년 시작됐다. 좌익 게릴라 세력인 FARC와 정부군 사이 무력 싸움으로 52년 간 22만 명이 목숨을 잃고 6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1984년 1차 평화협정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산토스 대통령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내전의 완전한 종식은 아직 갈 길이 남은 상황이다. 지난 2일 정부와 반군이 서명한 평화협정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가 부결됐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는 반대 50.2%, 찬성 49.7%의 아슬아슬한 결과였다. 평화협정안에 들어있는 반군 세력의 전쟁 범죄에 대한 면책 조항, 정치 참여 보장 등이 일반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투표 부결 전까지만 해도 올해 노벨평화상은 협정의 주역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예상 외의 결과에 노벨위원회가 급히 새로운 노벨평화상 후보자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노벨위원회는 이런 논란이 벌어질 것을 의식한 듯 산토스 대통령 선정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위원회 측은 “협정안은 잘 알려진 대로 논란이 있었지만 근소한 차이로 부결된 국민투표 결과는 그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며 "산토스 대통령은 콜롬비아 유권자들이 평화협상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치켜 세웠다.

7일 발표 석상에서도 취재진이 '국민투표로 평화협정이 부결됐는데 노벨위원회가 콜롬비아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닌가'는 질문이 나왔다. 노벨위원회 대변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콜롬비아 국민들의 민주주의적 절차를 존중하며, 국민들이 평화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이번 협정안에 반대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노벨위원회가 중시한 것은 산토스 대통령이 모든 당사자들을 넓은 국가적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군 지도자 티모셴코 등 평화협정의 다른 당사자들이 수상에서 제외된 점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내전을 종식시키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산토스 정부는 협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었으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자들은 역대 최다인 376명이었다. 산토스 대통령을 포함한 개인이 228명, 단체가 148곳이었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많은 후보자들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느 해에 비해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분쟁 당사자에게 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이전에도 논란이 있었다. 1973년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킨 공로로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북베트남의 지도자 레득토(黎德壽)가 평화상의 공동 수상자로 지명됐지만 레가 수상을 거부했다. 정치적 협상의 결과에 대해 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 여론도 거셌다. 이 사건으로 노벨위원회 심사위원 두 명이 사임하기도 했다.

노벨평화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다. 시상식은 이 상의 창설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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