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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要扶助者(요부조자)''蒙利者(몽리자)'가 무슨 뜻일까

중앙일보 2016.10.07 18:23
'要扶助者(요부조자)'가 무슨 뜻일까. 10년 전 '경범죄처벌법' 제1조에 있던 이 표현이 지금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고쳐져 있다. 10년 전 '정온한 환경'이라고 해놓았던 것도 '조용하고 평온한 환경'('소음ㆍ진동 규제법' 제1조)으로 바뀌었다. 민법 표현 가운데 '催告(최고)'가 '촉구'로, '蒙利者(몽리자)'가 '이용자'로 바뀐 것도 지난 10년 내 있었던 일이다.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10주년…법제처 6일 기념식·시상식·세미나
제정부 처장 "'민법'을 비롯한 기본법이 알기 쉽게 정비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 없던 법령 표현이 알게모르게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바뀌는 방향은 '쉽게, 뚜렷하게, 반듯하게, 자연스럽게' 이다. 법령문을 한글로 표기하고,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한자어, 전문용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정비해 왔다.'溝渠(구거)'가 '도랑'으로, '屆出(계출)하다'가 '신고하다'로 바뀐 사례 등이 그에 해당한다. '相對方(상대방)과 通情(통정)한 虛僞(허위)의 意思表示(의사표시)'같은 문장도 '상대방과 짜고 거짓으로 한 의사표시'와 같이 쉬운 방향으로 다듬었다.

차별적인 용어도 정비 대상이다. '盲者(맹자)'→'시각장애인, '불구'→'장애', '정신미약자'→'정신질환자', '徵求(징구)하다'→'제출받다', '자동제세동기(自動除細動器)'→'자동심장충격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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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실시해온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이 10주년을 맞았다. 법제처(처장 제정부)는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념식과 함께 국민 아이디어 공모제 시상식 및 발전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10년간 법률 877건,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하위법령 3,211건을 알기 쉽게 정비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각 중앙행정기관의 고시·훈령 등 행정규칙,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법', '형법' 등으로 정비 대상을 계속 넓혀 가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은 '민법' 조문의 어려운 표현을 보다 쉬운 표현으로 고쳐 제안한 김종관씨에게 돌아갔다. ‘전후양시(前後兩時)’를 ‘어떤 기간의 처음과 끝’으로 정비하자는 의견 등 70여 개를 제안했다. 우수상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임부(姙婦)ㆍ해산부(解産婦)ㆍ산욕부(産褥婦)’라는 용어 대신 ‘임산부’로 쓰자는 의견을 낸 김경민씨, '근로기준법'의 ‘사용자’라는 용어가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괴리감을 주는 차별적 용어이므로 ‘고용주’로 정비하자는 의견을 낸 윤남석씨가 수상했다.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송덕수 이화여대 부총장은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은 보수적인 법 문화를 타파하고 법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국민들이 자주 접하는 민법 등 기본법이 아직 정비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제정부 처장은 “지난 10년간의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들은 실생활에서 법령을 어렵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공모제 및 세미나에서 제안된 다양한 의견과 용어를 검토·반영하여 국민 실생활에서의 체감도를 보다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 중심의 법률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까운 '민법'을 비롯한 기본법이 알기 쉽게 정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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