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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한인 여성…진짜 억울한 옥살이었네

중앙일보 2016.10.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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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0월6일자 14면

멕시코 산타마르타 교도소에서 9개월째 수감돼 있는 한인 디자이너 양현정(38)씨 사건과 관련한 멕시코 법원의 판결문이 7일 오전(현지시각 6일 오후) 양씨 측 변호인단과 검찰 측에 각각 전달됐다. 멕시코 연방법원은 앞서 지난 4일 양씨 측의 이의제기(암파로, 구속기소 등 법적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다투는 일종의 헌법소원)를 받아들여 검찰 측의 구속기소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본지 10월6일자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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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재판부 판결문 분석해보니
검찰의 불법증거 취득·권리침해 등 다수 적시
현지 외통위 국감에선 대사·영사 “초기 대응 잘못” 사과
심재권 외통위원장 등 양현정씨 면회도

멕시코 검찰은 지난 1월15일 한인업소 W노래주점의 여종업원들을 인신 매매해 구금한 뒤 강제로 성매매를 시키고 임금을 착취하는 등의 중범죄 혐의로 양씨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이번 판결문에서 법원은 검찰의 기소가 법적 근거가 없거나 무효라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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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입수한 멕시코 연방법원의 ‘암파로’ 판결문. 법원은 이 판결문에서 양현정씨 측이 제기한 이의제기를 대부분 수용해 검찰의 구속기소가 법적 효력이 없음을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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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파로’ 판결문에는 우선 인신매매를 당했다는 한인 여종업원 5명의 1차 검찰 진술서를 무효화하고 2차 진술서(1월 22일 작성)를 증거자료로 채택해야 한다고 돼 있다. 1차 진술서는 W노래주점에 있다가 함께 연행된 손님 박모씨가 통역을 했고, 또 영사조력도 없이 진술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유다. 사건 관련자(증인)가 통역으로서 진술조서를 꾸미는데 참여한 것 자체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수사과정에서 영사나 변호인의 조력 없이 강압적 분위기에서 권리침해가 있었다는 점도 아래와 같이 판결문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외국인처럼 취약 층에 분류된 사람은 영사관에 통보 및 영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즉각적인 공인 또는 사설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중략) 합당하고 적절한 영사조력, 변호를 위해 자료요구 거부 및 적절한 변호 보증 위반 등 수사과정에서 벌어진 혐의자의 권리 침해로 인해 증거물의 무효처분을 내린다.”


실제로 검찰 조사를 받은 여종업원들은 탄원서 등을 통해 “검찰이 30시간 이상 잠을 재우지 않고 물과 식사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상황에서 위협과 강압을 앞세워 허위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해왔다. <본지 9월13일 10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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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정씨가 한국에 있을 당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셀카 사진.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취득한 증거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W노래주점에서 성매매 등이 있었다는 증거로 현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임기구를 발견했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현장검증에 참여한 과학수사관과 유전자검사관의 증언이 서로 달라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 명은 피임기구가 발견됐기 때문에 불법 성매매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 명은 증거물이 오염돼 있는 등 불법 성매매와 관련한 어떤 증거도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W주점의 업주 이모씨는 지난달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멕시코 검찰이 외부에서 콘돔을 가져와 놓고서는 마치 W주점 휴지통에서 발견된 것 인양 속여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멕시코 검찰의 이 같은 증거를 기각했다.

연방법원이 양씨 측의 이의제기를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에 검찰의 항고가 없으면 형사 1심 법원은 양씨의 석방을 명령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양씨는 오는 20일, 늦어도 25일쯤에는 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6일(현지시각) 오전부터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에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위원장 심재권)의 현지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의원들은 양씨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대사관 측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국감장에 출석한 전비호 대사와 이임걸 경찰영사는 “사건 초기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설훈(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멕시코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인권을 탄압하고 형사소송법을 위반하는 등의 사실을 영사가 파악해 강력하게 대처했더라면 양씨가 구속되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영사는 “사건 초기 주재국 법령을 잘 알아서 대처했더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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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산타마르타 아카티틀라 교도소. 양씨를 포함해 1600명의 미결수와 장기복역수가 수감돼 있다.

하지만 이 영사는 증언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건 초기 양현정씨를 몇 번이나 만났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영사는 “1월16일 15시부터 20시까지 5시간 양현정씨와 현장에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양씨 측 주장이다. 심 위원장과 설 의원 등은 국감을 마친 후 교도소에서 양씨를 면회했다. 양씨는 이 자리에서 “첫날 영사가 오긴 했지만 3분 정도 밖에 얘기를 나누지 못했고, 여종업원들도 따로 만나지 않고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영사가 자신의 부적절한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심 위원장 등 현지 국감에 참여한 의원들은 이 영사를 위증혐의로 고발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양씨가 조속히 석방되고 사건이 마무리 된 후 현지 공관의 부적절한 대응과 관련해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면밀히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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