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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서 '전방에 3초간 함성 발사'…흥 훈련하는 '조교' DJ

중앙일보 2016.10.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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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DJ로 활동 중인 허건씨(가운데). [사진 허건씨 페이스북]

검은색 화이바(방탄모), 선글라스, 흰장갑, 호루라기. 군대를 갔다 온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이 네 단어의 교집합이 바로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바로 몸서리 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조교-. 훈련소에선 사신(死神)과 다름없는 존재다. 몸서리까지는 않더라도 조교와의 유쾌한 추억을 가진 자 그 누가 있겠으랴.

그런데 허건(29)씨는 역발상을 했다. 조교를 가장 신명이 나는 공간으로 데려간 것이다. 그는 본명보다 ‘허조교’ 또는 ‘SGT. Gunner’로 알려진 EDM(전자음악) 전문 DJ다.

홍대나 강남 등지에선 제법 유명하다. 조교 복장으로 조교 동작으로 디제잉(DJing)을 하니 눈에 안 뜨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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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군 복무는.
“2007년 입대했다. 후방 사단 조교 출신이다.”
왜 DJ를 하게 됐나.
“대학 때 전공은 컴퓨터였다. 그런데 복수 전공으로 연극 영화를 선택했다.  공연 쪽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공연기획사에 취직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 이후 회사가 어려워졌다. 백수가 된 뒤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늘 배우고 싶었던 디제잉을 공부하기로 했다. EDM을 워낙 좋아했다.”
하필이면 조교 콘셉트를.
“군 제대 후에도 자주 군복을 입고 다니곤 했다. 그러다 군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봤다. 대한민국 남성의 대부분은 예비역이다. 그런데 군복과 군복을 입은 사람에 대한 사회 대우가 좋은 편은 아니다. 그게 안타까웠다.”
그게 다 인가.
“한 클럽에서 ‘군복 출입 금지’라는 팻말을 붙였다는 얘기를 듣고 결심했다, 군복은 나라에 대한 희생을 상징하며, 자랑스런 복장이라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그것도 조교인데.
“군대에서 조교로 훈련병을 교육시켰다. 힘든 훈련을 마친 뒤 조교-훈련병 관계를 떠나서 훈련병과 마음을 터 놓고 감정을 공유할 때 정말 기분이 좋았던 추억이 있다. 그때 그 에너지를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조교 콘셉트로 설정했다.”
 
사람들 반응은.
“군대 갔다 온 남성들은 너무 좋아한다. 다른 DJ들은 흥이 나면 ‘손 머리 위로’를 하는데 나는 ‘전방에 함성 3초간 발사’라고 한다. 그러면 음악소리보다 더 큰 함성이 나온다. 스키 리조트에서 공연을 할 때 나이 드신 분들도 너무 흥겨워했다. 다들 군대 생각이 나면서 젊었을 때 추억을 떠 올리는 것 같다.”
여성들은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나.
“처음에 여성들은 떨떠름해한다. 그러나 흥이 오르면 남녀노소가 없이 즐거워한다. 그 맛에 DJ를 한다.”
 


 
군가를 믹싱했다고 하는데.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구분 없는 전군가(全軍歌)가 있다. ‘진짜 사나이’와 ‘멸공의 횃불’이다.  ‘멸공의 횃불’이 남북화합 시대에 거스른다는 의견도 있지만 워낙 유명한 군가라 믹싱을 좀 해봤다.”
현역이 아닌 사람이 군복과 군장을 입고 다니면 안 된다는 법(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도 있는데.
“지금은 개구리복(얼룩무늬 전투복)이 아니라 신형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입는다. 2014년 개구리복 규제가 풀렸다.”
더읽기 ‘개구리복’ 밀리터리 룩 금지 풀렸다 
 
앞으로 계획은.
“조교 퍼포먼스가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는 DJ가 되는 것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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