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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비리 혐의'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1심에서 무죄

중앙일보 2016.10.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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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창성(왼쪽) 더벤처스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벤처업계에선 투자 대신 지분을 갖게돼 있는 엔젤투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해왔다. 호 대표 옆은 부인 문지원씨. [사진 페이스북]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지원금 수십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호창성(42) 더벤처스 대표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벤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호 대표와 김현진(38) 더벤처스 투자 담당 이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호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팁스(TIPSㆍ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 보조금을 받아주겠다며 5개 벤처기업으로부터 29억원 상당의 지분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더벤처스가 과도하게 챙겼다는 지분의 불법성 여부가 확실하게 입증돠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은 언제 부도가 날지 몰라 기업 가치를 논할 수 없는 영역인 만큼, 검찰 측 주장대로 호 대표가 지분을 편취하거나 중소기업청을 대상으로 사기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당초 검찰은 TIPS 운영사로 참여한 호 대표가 유망 스타트업을 선택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 중소기업청의 TIPS 프로그램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정부 보조금만큼 추가 지분을 취했다고 봤다. 예를 들면 호 대표의 더벤처스가 벤처기업 A사에 투자한 돈의 가치는 15%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15%는 정부 지원금을 받게 한 대가로 부당하게 가져가 더벤처스가 A사 지분 총 30%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호 대표 측 변호인은 “애초부터 TIPS 제도의 맥락과 취지를 이해하지 않은 채 국가 보조금 편취라는 기존 틀로 바라본 건 온당치 않은 법 적용이었다”고 말했다.
 
벤처 1세대로 꼽히는 호 대표는 국내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나와 2007년 자신이 창업한 동영상 자막서비스업체 비키를 2억달러(약 2300억원)에 일본 라쿠텐에 매각하며 국내 벤처투자의 ‘신화’를 썼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빙글을 창업했고 국내 벤처기업가의 롤모델이자 멘토로 자리잡았다. 이후 엔젤투자 전문업체인 더벤처스를 설립해 투자자로 활동해왔다.  
 
앞서 검찰은 호 대표에게 징역 7년에, 추징금 29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중소기업청이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민간 투자회사가 스타트업을 발굴해 1억원을 투자하면 중기청이 연구개발 자금 등 최대 9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벤처투자 전문가들의 경험을 활용해 스타트업 시장을 키우는 이스라엘 모델을 본떠 2013년 신설됐다. 엔젤투자회사는 초기 위험 부담을 안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신 창업회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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