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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볼트 문제 있었나…내 아들 희생으로 끝내야”

중앙일보 2016.10.07 02:30 종합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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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영결식에서 김 소령의 부모가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6일 동해 NLL(북방한계선) 근처에서 대북한 잠수함 작전을 벌이던 링스헬기가 망망대해로 추락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 이후 목숨을 걸고 한·미 연합 해상작전에 참여한 헬기 정조종사 김경민(33) 소령, 부조종사 박유신(33) 소령, 조작사 황성철(29) 상사 등 3명이 시신으로 돌아왔다.

현장 찾았을 때 격앙했지만
군인들이 무슨 죄가 있나
1000m 수심 시신 찾아줘 감사
보상금 일부 장학재단 기부


이들은 이날 오후 8시57분 서애류성룡함을 이륙해 하늘과 바다가 구분이 안 되는 칠흑 같은 곳으로 떠났다. 가상의 북한 잠수함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8분 만에 긴급조난신호(메이 데이)를 보내곤 연락이 두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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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경민 소령이 어린 시절 현역 육군 소령이었던 숙부의 전투모를 쓰고 왼손으로 경례하고 있다. [사진 고 김 소령 가족]


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삼우제(장례 후 세 번째 제사)를 마친 김 소령의 부친 김재호(63) 목사와 인터뷰를 했다. 김 목사는 “아들을 수장시키지 않고 1000m 수심에서 찾아준 해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직접 갔었나.
“9월 27일 오전 9시30분쯤 동해에 있는 서애류성룡함에 도착했다. 기적을 바라면서 갔으나 류성룡함에 가서 보니 헬기가 바다에 떨어지면 살 수 있을 가능성이 0%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심이 몇m냐고 물으니 1000m라고 하기에 아들을 여기다 수장(水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1000m라는데 어떻게 찾겠나.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작은 아버지의 소령 계급장(육군)이 부착된 모자를 쓰고 놀았다. 유통사 등 15개 자격증을 딸 정도로 삶에 애착이 강했다.”
어떻게 시신을 수습했나.
“군이 ROV(구조함인 통영함에 탑재된 수중 무인탐사기)로 수색에 나서 시신을 찾았다. (울먹이며)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지만 (아들인)‘정조종사 김경민’ 명찰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군에서 ‘시신이 훼손돼 부모님들은 안 보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28일 새벽까지 시신 2구를 더 찾았다. 수심 1000m에서 시신을 찾는다는 것은 모래밭에서 작은 바늘 하나를 찾은 것이다. 해군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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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령 생전 모습.

고 김 소령은 2005년 육군 학사장교로 임관한 뒤 2010년 다시 해군 사관후보생에 응시해 소위로 임관했다. 헬기 조종사가 꿈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군참모총장 표창을 수상한 유망주였다. 고 박 소령 역시 2004년 해병대 병장으로 전역한 뒤 2011년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조종사가 됐다. 2014년 세월호 실종자 탐색 임무에도 참여했고, 지난해 해군작전사령관 표창을 받은 대잠수함 전술 분야 전문가였다. 그에겐 세 살배기 아들 외에 부인 배 속에 둘째가 자라고 있다. 고 황 상사는 2008년 부사관이 돼 링스헬기에서 장비 조작과 기총 사격을 담당했다. 미혼의 고 황 상사 빈소는 그간 약혼녀가 지켰다.
 
아들을 잃었는데 억울하지 않았나.
“만약 우리 아들이 살았다면 다른 사람이 (링스헬기에서) 사고를 당하지 않았겠나. 류성룡함 총책임자(준장)를 보는 순간 싸대기를 때리고 싶은 울컥함이 있었지만 거기 있는 군인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임무를 수행하는 것뿐이지. 하지만 국군수도병원에 빈소를 차린 직후 링스헬기의 볼트에 문제가 있었다는 보도를 들은 뒤엔 마음이 괴롭더라. 인재(人災)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튿날 해군참모총장(엄현성 대장)에게 따졌다. ‘앞으로는 방산 비리, 군사무기 비리라는 말 자체가 흘러나오면 안 된다. 사람 먹는 것과 무기는 국민 생존이 달린 일이다’고 했다. 총장도 잘 알았다고 하더라. 우리 아들의 희생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김혁수 예비역 준장 “유족들 누구도 해군 원망 안 해”
 
군이나 정부에 바라는 것은 없나.
“우리 아들은 결혼을 안 해 자녀가 없지만 다른 순직자는 자녀가 있다.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쳤으면 자녀들은 국가에서 책임져 줬으면 좋겠다. 해군 쪽에 알아보니 장학제도(바다사랑 장학재단)가 있다고 하던데 장학금이 그리 많지 않아 모금 중이라고 하더라.”

정부는 1인당 3억2000만원 전후의 보상금(퇴직수당, 사망조위금, 사망보상금, 군단체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김 목사는 “유족들은 보상금 일부를 해군에서 임무 중 순직한 유자녀들을 위한 ‘바다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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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빈소를 조문한 해군 초대 잠수함 전단장 출신 김혁수(해사 25기·68) 예비역 준장은 통화에서 “돌아오는 길에 유가족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세 사람에게 사회는 관심이 없었지만 유족들은 어느 누구도 해군이나 나라를 원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인은 전쟁을 하는 자가 아니라 평화를 지키는 자이며, 군인은 죽이는 자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죽는 자”라고 강조했다.

정용수·박성훈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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