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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 보인다” 방수벽 1.2m로 낮춰 피해 키운 마린시티

중앙일보 2016.10.07 02:11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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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파도가 들이치는 부산 마린시티 방수벽. [뉴시스]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3동 마린시티 상가 앞. 40~80층까지 주상복합건물 6개 동이 있어 ‘부산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전날 몰아닥친 태풍 차바(CHABA)가 할퀴고 간 흔적은 마린시티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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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매미 이후 수차례 침수 피해
적정 3.4m 높이, 주민 반대 부딪혀
해안 200m 상가까지 파도 덮쳐
전문가 “언제든 해일 닥칠 수 있어”
시, 655억 들여 대형방파제 추진

전날 거대한 파도는 테트라포트(TTP)와 반파공(방수벽)이 있는 호안(護岸)에서 200여m 떨어진 도로까지 들이닥쳤다.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는 만조와 태풍이 겹치면서 호안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이 때문에 마린시티 해안도로의 볼거리 애니메이션 거리도 보도블록이 떨어져 나가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산 최고 부자 동네의 면모를 찾기 어려웠다. 상가 1층의 한 음식점 직원 10여 명은 깨진 유리창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바닷가 호안에서 20여m 떨어진 이 음식점은 전날 태풍 차바가 닥치면서 파도가 덮쳐 외벽 유리창 10여 장이 부서졌다. 집기류는 바닷물에 몽땅 젖었다. 음식점 직원 김삼권(47)씨는 “손님이 있을 때 파도가 상가 2층까지 넘어오는 바람에 영업을 포기하고 피신했다. 가게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마린시티의 안전이 태풍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2003년 태풍 ‘매미’ 때는 한 건물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차량 수백 대가 침수됐다. 2010년 ‘뎬무’, 2012년 태풍 ‘볼라벤’ 때에도 피해를 보는 등 월파(越波)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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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때마다 이 일대가 피해를 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해운대구는 2011년 8월 태풍에 따른 월파 피해를 막기 위해 반파공(방수벽) 설치를 위한 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8.5m의 파도를 막으려면 방수벽 높이는 3.4m가 적정하다고 나왔지만 예산 부담과 조망권 등을 고려해 1.2m를 현실적 대안으로 주민들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2012년 1~3월 열린 설명회에서 ‘마린시티 입주민대표연합회’ 등은 조망권을 내세워 방수벽 높이를 0.5m로 낮추자고 요구했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주민 이모(61·여)씨는 “방수벽을 높게 올려야 한다는 구청 측 제안에 당시 일부 주민들이 조망권을 해치면 안 된다고 외국 사례까지 들면서 반발했다”고 전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도 “당시 방수벽을 아예 설치하지 말자는 주민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2012년 말 1.2m 높이의 방수벽이 설치됐는데 이것으로는 8.5m 파도의 60% 정도만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 눈치를 본 해운대구의 소극적인 행정과 일부 주민과 상인들이 안전보다는 바다 조망권을 앞세워 반발한 때문에 8.5m 이상의 파도가 칠 경우 월파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이미 생겼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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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위험이 커지면서 입주를 후회하는 주민도 있다. 한 주민(34·여)은 “바닷물이 무릎까지 차오른 물난리에다 최근엔 지진까지 겪어 계속 여기에 살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뒤늦게 바다를 추가 매립해 너비 4.5m인 호안을 너비 7m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육지에서 100m가량 떨어진 바다(수심 8~10m)에 길이 650m, 수면 높이 7m인 방파제 설치를 추진 중이다. 2020년까지 국비와 시비 등 655억원이 들어간다. 신현석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마린시티는 바다와 가까워 해일이 닥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이전부터 지적해 왔다. 월파에 의한 침수 피해는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다.

부산=황선윤·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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