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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분할 명분 준 엘리엇…주가 170만원 장중 최고

중앙일보 2016.10.07 02:03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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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싱어 엘리엇 회장

“삼성전자에 명분을 주면서 자신들은 실속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지주·사업회사로 분리 제안
오너 지배 강화 인정한 셈이지만
배당 30조 요구해 실속도 노려
삼성 “제안 검토해 경영에 참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6대 요구사항을 제안한 것과 관련, 증권가에서는 이런 평가가 많이 나왔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군이 된 격이란 얘기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5일 삼성전자 이사진 앞으로 ‘주주 가치 제고 제안서’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엘리엇은 ▶삼성전자를 삼성전자투자회사(전자 지주사)와 사업담당 회사로 분할할 것 ▶전자투자회사(지주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할 것 ▶30조원 특수 배당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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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제안에 대해 ‘명분을 던져줬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삼성전자 분할, 물산과의 합병 등이 삼성그룹이 그리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어떻게 최대한 확보하느냐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0.59%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0.62%)보다도 적다. 지분율을 높여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게 절실하다.

엘리엇의 주장대로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면 주주들은 현재 갖고 있는 전자 지분을 두 회사에 각각 동일한 만큼 보유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7.4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고, 오너 일가가 4.84%(이건희 회장 3.49%, 홍라희 관장 0.76%, 이 부회장 0.59%), 삼성물산이 4.18%, 삼성화재가 1.3%를 갖고 있다. 자사주(12.8%)를 제외한 삼성 측 지분율은 18.15%(삼성생명 특별계정 0.54% 포함)인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 하면 투자부문 지주사는 자사주 12.8%만큼 사업부문 회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상장사의 경우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규정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투자회사가 이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현물출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현물출자는 현금 이외에 주식 등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상헌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오너 일가가 가진 사업회사 보유 지분을 투자회사로 몰아주면 투자회사는 사업회사의 지분율을 30%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 소유 요건도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엘리엇 주장대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부문을 합병하고, 이 합병회사가 전자 사업회사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체제를 굳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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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시장에서 예상했던 ‘전자 인적 분할→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자사주 의결권 부활→전자 지주사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이라는 시나리오에 딱 들어맞는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기할 점은 그간 삼성에 적대적이었던 엘리엇의 제안이 삼성 오너 일가의 업적을 지지하고 지배구조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삼성과 적대적이었던 엘리엇은 왜 이런 요구를 내놨을까. 재계에선 표 대결에서 실패한 엘리엇이 ‘삼성전자가 가진 현금을 나눠 갖고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노림수’로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 보유 현금은 올 6월 말 기준 77조원으로 차입금을 뺀 순 현금은 약 65조원이다. 엘리엇은 배당수익률 15%에 해당하는 주당 24만5000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엘리엇이 76만218주를 보유했으므로 대략 1860억원가량을 배당금으로 달라는 요구다. 증시 일각에선 배당수익률 15%가 과도한 요구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 4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당시 시총의 15%인 870억 달러를 쓰기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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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우호적인 제안을 내놓은 엘리엇이 향후 입장이 돌변할 가능성은 있다. 자신들의 배당금 요구를 삼성전자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행동주의 투자자들과 연대해 비난 여론몰이에 나설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측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주는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며 “다각적으로 검토한 뒤 경영에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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