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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최소한 2021년까지 총리 ‘장기 집권’ 길 열렸다

중앙일보 2016.10.07 01:34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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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주요 7개국(G7)에서는 임기 제한이 없는 지도자가 많다.”“당 내부 상황에 따라 총리가 되는 총재의 얼굴을 바꾸어선 안 된다.”

임기 폐지냐 3연임이냐 둘로 압축
내년 3월 어떤 결정나든 임기 늘어
‘전쟁 가능’ 개헌 할 시간 벌게 돼
12월 푸틴과 북방영토 회담 실패 땐
임기 연장 오랜 꿈 물거품 될 수도

5일 일본 집권 자민당에서 열린 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개혁본부) 임원 회의. 현재의 총재 임기를 3년 중임으로 제한한 당규 개정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참석자의 의견이 잇따랐다. 일부 의원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지만 임기 연장 구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지방 당 조직들도 임기 연장에 토를 달지 않았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결국 개혁본부 측은 총재의 임기 제한을 철폐하는 안과 3연임(9년)을 허용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지난달 20일 개혁본부가 총재 임기 연장 문제를 논의한지 불과 2주만에 허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자민당은 개혁본부가 차기 회의에서 하나의 방안으로 압축하면 연내 총무회를 거쳐 내년 3월 당 대회에서 정식 결정할 계획이다. 두 방안 가운데 어느 쪽이 돼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최소 2021년 9월까지 재임할 수 있다. 자민당 총재 임기가 2018년 9월 말까지이지만 새 제도가 적용되면 적어도 3년 더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같은 내각제인 독일과 영국에서 당 대표의 다선을 허용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자민당 내 권력 투쟁을 불러왔던 총재 임기 연장 문제가 일사천리로 매듭된 것은 아베 1강(强) 체제와 맞물려 있다. 당내에는 아베 견제 세력도, 아베의 뒤를 이을 만한 유력한 후보도 없다. 여기에 아베 내각 지지율은 60% 안팎이고 정권 운영도 원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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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연장의 길을 여는 데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당 간사장,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당 부총재의 역할도 컸다. 니카이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직후부터 임기 연장의 불의 지펴왔다. 고무라는 개혁본부 본부장으로 실무 책임을 맡았다.

총재 임기 연장에 대해선 당초 아베 후임 그룹에서 견제에 나섰다. 파벌 회장들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 담당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5일의 개혁본부 회의에서 두 파벌의 대표는 반대를 하지 않았다. 이시바파의 가모시타 이치로(鴨下一郞) 전 환경상은 3기 연임에 찬성의 뜻을 표시하면서 “당원들에게 (논의 결과를)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요미우리 신문에 “이렇게 간단히 임기 연장이 되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임기가 연장되면 숙원인 개헌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개헌 세력이 중·참의원 모두에서 3분의 2를 차지한 상태에서 국회 헌법조사회에서 개헌에 관한 논의에 들어가지만 실제 개헌은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각 당의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공통 분모를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는 전쟁 포기를 담은 9조(평화조항) 개정에 야당이 일제히 반대하는 만큼 이를 뒤로 미루고 야당과의 절충을 통해 환경권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개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아베로선 임기가 연장되면 자신이 유치에 앞장섰던 2020년 도쿄올림픽도 재임 기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변수도 없지 않다. 당장 내년 1월 총선 얘기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아베가 오는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러·일 정상회담에서 북방영토(쿠릴열도 4개섬) 반환과 관련한 합의를 하고, 이 합의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만약 총선을 치러 여권의 의석 수가 현재보다 줄 경우 아베의 임기 연장은 내년 3월 당 대회에서 반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실제 기시다 파에선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하면 아베 총리도 퇴진이다. 임기 연장이 꿈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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