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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엊그제 혼자 밥 먹고 간 여성, 알고 보니 미쉐린 암행 심사관

중앙일보 2016.10.07 01:10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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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에서 발행된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표지.

일본(도쿄 등 3곳), 홍콩·마카오,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上海)에 이어 아시아에서 일곱 번째로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한국 서울 편이 나온다. 미쉐린 가이드는 ‘미식가들의 성서’로 불릴 만큼 외식업계에서 영향력과 신뢰도를 자랑하는 116년 전통의 레스토랑 평가서다.

미쉐린 서울 ’ 내달 발간, 식당들 긴장
캐주얼 식당, 펍 레스토랑도 대상
인테리어 바꾸고 특별메뉴 만들어
도쿄·상하이에선 전통 음식점 강세
맛은 기본, 스토리텔링·차별성도 봐
“한식 제대로 평가할 수 있나” 우려도

지난 3월 한국의 미쉐린 운영 사무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을 발간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신분을 감춘 미쉐린 심사위원들이 서울의 어느 레스토랑을 다녀갔느니, 뭘 주로 평가했느니 하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왔다. 그만큼 외식업계가 다음달 7일 공식 발간을 앞두고 국내 처음으로 미쉐린 별을 딸 레스토랑과 셰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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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발표된 ‘2016 도쿄 편’에선 미쉐린 가이드 최고 영예인 3스타 레스토랑 총 13곳 중 11곳이 가이세키나 스시 등 일본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었다. 최근 중국 본토에서 처음 발행돼 관심을 모은 상하이 편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아를 제외한 대개의 도시에서는 발행 원년이면 으레 프렌치 레스토랑에 3스타를 주곤 했지만 이번엔 중국 로컬 레스토랑 ‘탕거(唐閣 ·Tang Court)’가 3스타를 받았다. 상하이 편에선 3스타뿐 아니라 1스타와 2스타 레스토랑들 역시 딤섬이나 광둥(廣東) 음식점에 주로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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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는 이처럼 ‘아시아 요리의 특수성’을 점점 비중 있게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7월 발표한 ‘미쉐린 가이드 싱가포르’ 편에선 세계 최초로 노점 음식점이 1스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프랑스의 전설적인 셰프 조엘 로부숑의 이름을 딴 2개의 레스토랑이 각각 3스타와 2스타를 받았는데, 이로써 싱가포르는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 함께 ‘미쉐린 레스토랑’에 등재되는 도시로 기록됐다. 아시아 시장을 고려한 듯한 ‘미쉐린 가이드’의 변신은 결국 곧 나올 ‘서울 편’에 대한 자연스러운 기대와 우려로 이어진다. 어쨌든 이미 공은 던져졌고,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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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 결과 그 자체만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게 심사 과정이다. 미쉐린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미국 영화 ‘더 셰프’ 등에서 구체적으로 묘사해 많은 사람이 철석같이 사실로 알고 있는 그림은 이렇다. 2인 1조로 다니는 심사위원이 신분을 숨기고 주문한 뒤 식탁에서 포크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등의 행위로 맛뿐 아니라 레스토랑의 서비스 수준까지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 심사 공식은 얼마나 맞는 말일까. 얼마 전 미쉐린 심사위원이 다녀갔다는 한 레스토랑의 셰프에게 직접 들어봤다.

그는 “첫 방문 예약에선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다. “처음엔 여자 혼자 들렀고, 2~3일 뒤 다시 와선 붉은 바탕의 미쉐린 명함을 내밀면서 ‘미쉐린 심사관’이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이미 우리 레스토랑에 대해 직원조차 잘 모르는 것까지 속속들이 다 알고 있어서 정말 놀랐어요. 괜히 미쉐린 심사위원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격식을 갖춘 값비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만이 아니라 좀 더 캐주얼한 식당이나 펍 역시 미쉐린 평가를 앞두고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서울 신사동에서 프렌치 비스트로 ‘루이쌍끄’를 운영하는 이유석 셰프는 “아무리 신경을 끄고 싶어도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된다는 데 손 놓고 있을 순 없더라”며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미뤄 왔던 인테리어를 손보고 와인 리스트도 한 번 더 점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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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스타(2014년판)를 받은 ‘단지’의 '매운 무를 곁들인 은대구조림' . [사진 ‘단지’ 홈페이지]

이들뿐 아니라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실력의 셰프들도 모두 미쉐린에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쓴다. ‘미쉐린 가이드’가 레스토랑 평판에 끼치는 영향 때문이다. 셰프 입장에선 미쉐린 별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나 탈락에 대한 불안감 등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하게 홍보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롯데호텔 서울의 중식당 ‘도림’의 여경옥 셰프는 “이번 기회에 외국인에게 맞춘 새로운 채식 메뉴를 고안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서울에서 어떤 레스토랑이 별을 받을 수 있을까. 일본 등 외국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신사동의 캐주얼 다이닝 ‘톡톡’의 김대천 셰프는 “일본 사례를 보면 별을 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맛보다도 스토리텔링과 차별성”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물론 맛과 분위기·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레스토랑의 콘셉트, 즉 메뉴의 스토리텔링이 더 주요한 요소”라며 “결국 맛있는 음식에 어떤 스토리를 입히느냐가 레스토랑과 셰프가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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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7일 발간하는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에서 어느 레스토랑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한식 콘셉트로 2스타를 딴 뉴욕 정식당의 테이블 세팅 장면. [사진 라망]

국내 외식업계에서 제기하는 또 다른 걱정은 과연 외국인 심사위원들이 한국의 전통 음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컨대 과연 프렌치 코스 요리 기준을 잣대로 들이댄다면 ‘한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다. 한남동 ‘앤드다이닝’을 운영했고 현재 새 레스토랑을 준비 중인 장진모 셰프는 “외국 미디어가 발표한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엔 정식당과 밍글스, 신라호텔 라연이 포함돼 있다”며 “정통이든 퓨전이든 세 곳 모두 한식 베이스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외국인이 주목하는 한국 레스토랑은 아직까진 한식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미쉐린 가이드도 이런 입장을 비켜가진 못할 테니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가이드가 당초 특정 국가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 걸 상기할 때 앞으로 더 다양한 레스토랑이 외국인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계도 물론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에 상륙하고 몇몇 레스토랑이 별을 받는다고 해도 장밋빛 미래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애초 프랑스에서 시작됐고 그들의 입맛과 평가 기준에 맞는 레스토랑들에 별을 주기 때문에 한국 음식 평가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별을 못 받았다고 해서 뭔가 부족하거나 맛이 없는 레스토랑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별을 받든 받지 않든 상당수 레스토랑의 셰프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의 고된 육체노동을 감내하며 손님 입맛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수고를 미쉐린 가이드 별 개수만으로 한정해 평가하는 건 야속할 수밖에 없다.

장은실(푸드잡지 ‘라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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