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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말, 50분 사투끝에 ‘구사일생’

중앙일보 2016.10.07 01:08 종합 22면 지면보기
지난 5일 오전 8시쯤 제주시 한림읍 한림포구. 짙은 갈색의 암말 한 마리가 바다에 빠진 채 허우적거렸다.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쏟아낸 폭우에 휩쓸려 한림포구 속 바다에 빠진 말이었다. 불과 1m 거리의 어선 두 척 사이에서 머리와 목만 내놓은 말은 나뭇가지와 잡목들 속에서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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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포구 앞바다에 빠졌던 말이 제주해경의 도움으로 구조되고 있다. [사진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이때 해경 대원 2명이 말을 향해 신속히 접근했다. 밧줄로 고리를 만들어 배 위에서 말을 묶어 구해내기 위해서다. 대원들은 애초 물에 직접 들어가 줄을 묶어 보려고 했지만 자칫 말을 자극해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 작전을 바꿨다.

탈진한 채 머리·목만 물밖에 내놔
해경 2명, 배에서 밧줄 묶어 구출
“위험에 빠진 생명 구해 뿌듯해”

하지만 흔들리는 배 위에서 말목에 줄을 묶기란 쉽지 않았다. 한림해양경비안전센터 윤명준·전민호 경사는 세 차례에 걸친 시도 끝에 목 부분에 줄을 거는 데 성공했다. 이후 대원들은 탈진한 말 쪽으로 나뭇가지를 밀어 자극을 줬다. 워낙 지친 탓인지 처음엔 꿈쩍도 않던 말은 나뭇가지가 몸에 닿자 움찔하며 뭍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대원들은 말에 묶인 줄을 끌어당기며 육지 쪽으로 말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 50여 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무사히 말을 구조해낸 것이다. 육지로 올라온 뒤에도 추위로 인해 온몸을 떨던 말은 30여 분이 지난 뒤에야 활기를 되찾았다.

전민호 경사는 “처음 말을 발견했을 때는 바닷속에서 허우적대던 모습이 너무도 위태로웠다”며 “태풍 속에서 위험에 빠진 생명을 구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도에서 빗물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말은 모두 3마리. 이중 두마리는 해경이 이날 오전 8시쯤 현장에 출동했을 때 이미 자신의 힘으로 뭍에 올라온 뒤였다. 해경은 이들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제주시 한림읍에 말들을 인계했다.

해경은 말들이 한림읍 한림천 인근에서 풀을 뜯던 중 갑자기 범람하는 바람에 한림포구까지 떠내려온 것으로 파악했다. 한림천 일대에는 전날 오전부터 말들이 물에 빠진 시간대까지 129㎜의 폭우가 내렸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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