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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변강쇠·흥부 살던 남원, ‘고전문학 성지’ 꿈꾼다

중앙일보 2016.10.07 01:07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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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전북 남원 광한루원에서 열린 ‘제86회 춘향제 춘향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판소리가 소설로 정착한 ‘춘향전’은 이본(異本)이 120여 종에 이르는 베스트셀러다. [사진 남원시]

전북 남원은 ‘춘향전’을 비롯해 ‘흥부전’과 ‘변강쇠전’ 같은 판소리계 소설이 탄생한 고장이다.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를 다룬 ‘변강쇠전’은 지리산에 있는 남원시 산내면이 지리적 배경이다. ‘흥부전’도 작자·연대는 미상이지만 전북 남원시 인월면과 아영면이 발상지로 꼽힌다. 현재 아영면에는 흥부묘와 흥부정 등이 있는 ‘흥부마을’이 있다. 남원시는 고전문학의 고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1994년부터 흥부마을을 조성해왔다. 사매면에 있는 고(故) 최명희 작가의 혼불문학관도 문학도시 조성을 위한 사업이다.

고전소설 활용 문화·관광자원으로
학술포럼서 콘텐트 활용방안 모색
문학관 건립, 세계유산 등재 의견

남원시가 ‘고전문학 성지’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풍부한 문학 자원을 토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의 고을’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전북도는 6일 한국 고전문학의 중심지로서 남원의 위상을 재조명하기 위해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남원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들을 정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개최한 첫 포럼에 이은 두 번째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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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고전소설 활용’을 주제로 이날 남원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포럼에선 다양한 콘텐트 활용 방안이 논의됐다. 전북도 문화유산과 김승대 학예연구관은 “첫 번째 포럼이 단순히 자료를 정리하는 기초 단계였다면 이날 포럼은 문화 콘텐트를 체계화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남원시는 고전소설을 모티브 삼아 1931년부터 춘향제를 열고 있다. 1993년부터 개최해온 흥부제 역시 남원을 대표하는 축제다. 올해 24회째를 맞은 흥부제는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남원 어현동 사랑의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남원시는 문학과 관련한 여러 사업들을 추진해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전국 최초로 문화도시 조성사업 대상지가 됐다. 지난해에는 국립무형유산원의 ‘2016년 올해의 무형유산도시’로 선정됐다.

올해 포럼에서는 흩어져 있는 남원의 문학 자원을 한데 모으는 고전소설문학관 건립 방안도 집중 논의됐다. 무형 유산인 고전소설을 유형의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나종우 원광대(사학과) 명예교수는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남원의 고전소설문학관은 국민 대다수가 아는 고전소설들을 앞세울 수 있고 시대적 배경 또한 조선 전 시대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영 전북대(국문학과) 교수는 ‘춘향전’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주장했다. 이 교수는 “춘향전의 배경인 남원과 완판본(完板本) 한글 고전소설을 낳은 전주가 서로 협력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원시는 고전소설 외에 한문소설을 테마로 한 사업들도 검토 중이다. 대표적인 한문소설들 중에 남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매월당 김시습이 지은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 중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는 남원시 왕정동 기린산에 있던 만복사가 배경이다. 한국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실린 유몽인의 ‘홍도전’(紅桃傳)과 조선 인조 때 조위한이 쓴 ‘최척전’(崔陟傳)도 남원이 무대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남원의 유구한 문학 자원을 바탕으로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공감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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