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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심고 쓰레기 줍기 그만, 전문성 살린 공공일자리 뜬다

중앙일보 2016.10.07 00:53 종합 22면 지면보기
경북 대경대 동물조련이벤트학과를 졸업한 강주희(22·여)씨는 사육사가 장래희망이다. 강씨가 재학중 실습 수업 때 볼 수 있었던 건 원숭이·앵무새 등 육지 동물 뿐이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생명 가꿈 전문가’로 근무하고 있다. 물개·돌고래 등 해양 동물들의 안전과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사육사들의 돌고래 생태설명회 준비를 옆에서 돕고 있다. 강씨는 “대부분의 동물원이 한 해 두 차례만 기간제 인원을 뽑아 실무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었다. 이번에 현장에서 근무해보니 꼭 사육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고 했다.

경력에 도움 되는 ‘서울형 뉴딜’
전통시장 매니저, 일자리 설계사…
단순노무 아닌 ‘취업 디딤돌’로
지난해 선발 1730명 중 730명
직무 연관 기업에 취직 성공

이동욱(35)씨는 올해 3월부터 서울시 ‘에너지 설계사’로 근무중이다. 지난 2009~2015년 나이지리아에서 광산개발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씨는 서울 송파구와 성동구 일대 상점을 돌아다니며 냉난방·전기제품 이용시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이씨는 “소비전력을 절약하고 활용하는 일을 고민하는 이 직업은 나중에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갔을 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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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일자리가 진화하고 있다. 기존 공공일자리는 청소·사회적 약자들의 재활이나 생활수준을 보조하기 위한 단순노무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참가자가 전문성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실전적합형’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부터 공공서비스를 직업으로 발굴해 시민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뉴딜사업’을 시행중이다. 지난 4년간 뉴딜형사업을 통해 선발된 인원은 총 4798명이다.

뉴딜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공공일자리는 하루 6시간 근무가 원칙이다. 임금은 최저 임금의 105~110% 수준이다. 일정 수준의 근로여건을 보장 받는 데다가 현장 경험까지 익힐 수 있다 보니 근로자들은 민간기업에 비교적 수월하게 진출한다.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유강근(27)씨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김포시청에서 지적직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7개월간 서울시에서 가로수·상하수도관 등을 지도에 표시하는 도시시설물 위치좌표구축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유씨는 “면접과정에서 서울시 근무 경험을 물어 자세히 대답한 게 점수를 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민간기업취업률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선발된 1730명의 42.2%(730명)는 직·간접적으로 직무연관성 있는 민간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25.5%(441명)는 아예 같은 직무의 민간기업 취직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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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송화시장에서 ‘전통시장 매니저’ 이은해씨(오른쪽)가 상인에게 상품디자인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이씨는 시장 상인들 대상으로 매대 진열과 상점 인테리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에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 시민들에 제공하는 ‘뉴딜사업’을 시작해 최근까지 4798명을 고용했다. [사진 이은해씨]

공공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공공서비스와 민간서비스의 사각지대도 메우고 있다. 이은해(29·여)씨는 올해 3월부터 서울 강서구 송화시장에서 ‘전통시장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시장내 상인들을 대상으로 매대진열과 인테리어를 상담해주는 것이 주업무다. 전직 웹디자이너인 이씨는 경력을 활용해 상인들의 현수막과 전단지 디자인도 바꿔주고 있다. 조덕준(66) 송화시장 상인회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잘 찾지 않는다. 근데 손님들을 상냥하게 대접하는 젊은 매니저가 있어 민원도 줄었다”고 했다.

유연식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은 “내년에는 서울형 뉴딜 근로자들에게 생활임금제를 적용하고, 25개 자치구에서도 일자리를 신설해 공공일자리의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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