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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차례 마라톤 풀코스 달린 사나이

중앙일보 2016.10.07 00:40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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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일에 걸친 마라톤을 마무리하고 영국 브리스톨 결승선을 통과하는 벤 스미스. [사진 데일리메일]

401일 동안 401차례 마라톤을 했다. 달린 거리만 1만6920㎞다. 영국 런던에서 호주 시드니까지 거리에 해당한다. 운동화만 22켤레가 필요했다. 체중은 19㎏이나 빠졌다.

“따돌림과 동성애자 차별에 도전”

5일(현지시간) 영국 브리스톨 밀레니엄광장에 도착한 영국인 벤 스미스(34)의 얘기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영국 전역을 달렸다. 284일 간 연속으로 매일 42.195㎞를 뛰었다. 그러다 탈장으로 10일 간 쉬어야 했지만 이후 못 달린 걸 벌충하기 위해 하루 56㎞씩 질주했다. 당초 그는 스페인의 리카르도 아바드가 세운 380일 연속 마라톤 기록을 깨기 위해 400일 연속 마라톤 계획을 세웠으나 기록 갱신에는 실패했다.

그가 ‘마라톤 맨’이 된 건 25만 파운드(3억5300만원)를 모금하기 위해서다. 각각 ‘왕따’ 문제와 성적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려는 뜻에서다.

결과적으론 32만 파운드(4억5000만원)가 걷혔다. 도중에 900여 명이 그와 함께 뛰었다. 500명은 난생처음 마라톤에 도전한 이들이었다. 스미스는 마라톤을 완주한 뒤 “너무나 기쁘다. 이제 끝났다. 오늘 저녁 맥주를 마시고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달리기가 그를 구했다. 그는 학창 시절 8년 간 괴롭힘을 당했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18살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도 있었다. 이후엔 커밍아웃을 했다. 28살엔 107㎏이었고 뇌졸중도 겪었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어떤 성취감을 느꼈다. 그 이전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여정엔 그의 아버지가 캠프용 밴을 몰고 동행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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