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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가을야구까지 이어진 승부조작 수사…포스트 시즌 복병으로

중앙일보 2016.10.06 08:30
 
프로야구의 결실의 계절인 '가을의 전설'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포스트 시즌 시작(10일)을 앞두고 조용히 진행되던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가 포스트시즌 최대의 복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현역 투수 3명 또 수사 선상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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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혐의로 지난 8월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NC다이노스 투수 이재학. [중앙포토]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승부조작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NC다이노스 투수 이재학(26)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정황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아직 조사할 게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재학은 지난 8월 변호인과 함께 경찰에 출석해 혐의를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은 구속된 브로커 A씨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통신ㆍ계좌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브로커 A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투수 2~3명의 승부조작 연루 혐의를 잡고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수사는 지난 7월 KIA 투수 유창식(24)이 승부조작 사실을 시인하면서 속도를 냈다.

하지만 조사를 받은 다른 선수들이 본인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승부조작의 경우 흔적 없는 대면 현금 거래인 경우가 많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브로커의 진술과 근거 자료를 보강해 이달 말쯤 승부조작과 관련한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군 검찰도 승부조작 수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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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도 현재 상무에 소속된 프로야구 선수들의 승부조작 혐의를 새롭게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무 소속 투수 2,3명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군 검찰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문우람(24ㆍ전 넥센 외야수)과 브로커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상무 소속 투수 2명이 추가로 승부조작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이들이 2군에 있다가 1군 엔트리에 들어가 등판했을 때 1회 볼넷이나 1, 2회 대량실점하는 방법 등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수사 내용은 창원지검에 통보했으며 군 검찰은 다른 선수들이 추가로 연루됐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잔칫날 악몽 재현되나”…불안한 야구계

야구계 일각에선 경찰의 수사 발표가 미뤄지면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삼성 일부 선수의 불법도박 파문이 발표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우승하고 한국시리즈를 준비 중이던 삼성 라이온즈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주축 선수 3명의 해외 원정 도박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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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성환(35), 안지만(33), 임창용(40ㆍ현 KIA 타이거즈) [중앙포토]


당시엔 검찰이 선수들의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까지만 보도됐지만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삼성은 결국 의혹을 받는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뒤 발표된 엔트리에는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세 명의 이름이 없었다. 팀에서 각각 선발(17승)-계투(홀드 왕)-마무리(33세이브)를 책임지던 선수들이었다.

한국시리즈 5연패를 노리던 삼성으로서는 뼈 아픈 결정이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정규리그 3위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첫 경기를 이겼지만 내리 4경기를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가을 야구 판도 뒤흔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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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승부조작 파문 후 대국민 사과를 한 구본능 KBO총재(오른쪽 둘째)와 8개 구단 사장단. [중앙포토]

2015시즌 내내 투타 양면으로 완벽에 가까운 전력을 자랑했던 삼성이 우승을 놓친 이유를 다른 데서 찾기는 어렵다.

정규시즌 삼성 투수진 전체가 소화한 이닝의 26%를 책임졌던 투수진 세 명의 유고 상태는 치명적이었다. 팀 분위기도 뒤숭숭해졌다.

류중일 감독이 “내가 맡은 이후로 가장 안정된 전력”이라 자신했던 팀을 망가뜨리는 데에는 선수 세 명의 일탈로 충분했다.

올해도 포스트 시즌 중 경찰의 승부조작 수사 진행 상황이 알려지거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야구계는 잔칫날 터질지 모를 악재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올해 프로 스포츠 최초로 800만 관중을 돌파한 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경찰과 군 검찰이 '가을 야구'의 일정을 고려해 수사를 미루는 '배려'를 할 가능성은 낮다.

수사 타이밍을 놓쳤다가 자칫 수사를 망칠 수가 있고, 야구에 관심이 높은 시기에 승부조작 수사 결과를 내놓는 것이 수사기관으로서는 '성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승부조작에 가담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KBO 역시 문제 선수들을 야구의 축제에 참여시키려 안간힘을 쓸 이유도 없다.

◇왜 유독 투수만 승부 조작에 가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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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 승부조작 시도 내용. NC 투수 이태양은 지난해 8월 6일 창원 롯데-NC전에서 1회에 볼넷을 주기로 브로커와 공모했다. 선발 등판한 이태양은 롯데 타자 정훈을 상대로 초구 볼을 던졌다. 2구째는 포수가 요구한 바깥쪽이 아닌 몸쪽으로 던졌으나 스트라이크(왼쪽 사진)가 됐다. 3구(오른쪽 사진)와 4구는 볼이 됐 다. 이태양은 3볼-2스트라이크에서 크게 빠지는 공을 던져 볼넷을 내줬다. [사진제공=SPOTV 화면 캡처]

프로야구 승부조작 의혹이 주로 투수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점도 야구계가 긴장하는 부분이다.

단기전에서 투수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주로 투수들이 승부 조작에 가담하는 이유 역시 경기에 미치는 투수의 영향력 때문이다.

브로커들이 '투수 놀음'이라고 불리는 야구의 약한 고리를 노리는 것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합법 베팅 사이트의 베팅 방식으로는 승부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 자체의 승패나 득점으로 승부를 조작하기는 쉽지 않다. 경기 전체를 조작할 경우 발각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불법 도박 사이트에선 선발 투수의 1회 볼넷 여부 등을 놓고 베팅을 한다.

브로커가 ‘첫 볼넷 맞추기’와 같은 요소로 도박을 벌이는 것이다.

승부와 결정적인 관련이 없으면서 발각될 위험성도 낮기 때문에 젊은 투수들이 브로커의 마수에 걸려들게 된다.

출전 경기와 시간이 안정적인 주전 선발투수가 불법 도박사들의 포섭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NC 이태양도 이런 방식의 불법 도박을 시도했다가 꼬리를 밟혔다.

투수들은 승부 조작에 관여했을 때 경기당 50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재민ㆍ백수진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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