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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여성 외교관 전성시대의 그늘

중앙일보 2016.10.03 18:47 종합 3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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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논설위원

바야흐로 여성 외교관 전성시대다. 2000년 이래 4명의 미국 전임 국무장관 중 콜린 파월을 뺀 3명(매들린 올브라이트,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이 여성이었다. 유럽연합(EU)의 대외 수장인 외교안보 고위 대표의 전임자 2명(캐서린 애슈턴, 페데리카 모게리니)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외교가 내 여풍(女風)은 이 땅에서도 진작 불었다. 2005년 처음 절반을 넘었던 외교관 시험 여성 합격자는 증가 추세였다. 그럼에도 지난달 30일 발표된 시험 결과는 사뭇 특별했다. 전체 합격자 41명 중 여성이 29명으로 70.7%를 차지해 규정상 최고치에 도달한 까닭이다. 성적만으로는 여성 비율이 76.3%가 돼야 했다. 하지만 남녀 한쪽 비율이 70%를 못 넘게 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남성 3명이 추가 합격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새내기 외교관의 70%는 늘 여성으로 채워질 게 뻔하다. 그저 남성보다 외국어에 능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외교관의 산실이라는 주요 대학 내 외교 관련 학과와 어문계열 모두 여성이 다수인 까닭이다. 실제로 2008년 서울대 외교학 전공 진입생 28명 중 26명이 여학생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처럼 외교관도 ‘여성 전유물’로 각인될 판이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1970년대까지 여성의 대사 임명은 기피했다. 해명이 걸작이었다. “남성 대사는 부인까지 나서서 외교 사절 역할을 하지만 여성 외교관은 독신 부임해 결과적으로 인건비가 두 배가 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국무부는 부인의 활동까지 대사 평가에 반영했다. 게다가 여성 외교관은 아프리카 같은 험지에서 일하기 어려운 데다 남녀 차별이 심한 나라에 이들을 보내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여기는 것도 이유였다. 결국 76년 “국무부가 성차별을 하고 있다”는 소송이 제기돼서야 성차별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외교가 내 성차별은 줄었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논란이 해소된 건 아니다. 여전히 여성은 단신 부임이 일반적이다. 치안 불안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취약하고 이슬람 국가에서 심각한 성차별이 성행하는 것도 맞다. 실제로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이곳을 방문할 때면 실력자들이 슬며시 출국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여성 국무장관과 상대하기 싫었던 거다. 여성 외교관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면 이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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