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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치약-식약처, 소독제-환경부…부처별 제각각 관리가 ‘살균제 치약’ 낳았다

중앙일보 2016.10.0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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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치약에 대해 조경규 환경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살균제 치약’이 확인돼 정부가 긴급 수거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68개 치약 제조업체의 전제품에 대해 전수조사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해 행정처분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치약은 149개 제품으로 조사됐다. 식약처가 국내 68개 치약제조업체 3679개 제품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수 백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치약에 사용됐으나 국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식약처도 인지하지 못했던 살균제 치약이 세상에 알려진 건 정부가 아닌 한 국회의원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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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치약 수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됐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치약에도 동일한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기했다.

식약처는 미국에선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치약 등의 보존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에서도 15ppm까지 치약 제조에 사용하는 걸 허가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은 국내에서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살균제 성분이 입에 들어가는 치약에 쓰였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정부가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에 분노 게이지는 상승했다.

이 의원은 “식약처가 전혀 관리ㆍ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한 번 겪었고 그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삼킬 수도 있는 치약의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사용됐는데 식약처가 유럽연합 기준을 들이대면서 대응을 한다고 하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살균제 치약' 시판까지 확인되면서 정부의 화학물질 부실 점검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가습기 살균제 이후 화학물질 안전 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하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은 왜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우선 화학물질 관리가 부처별로 나눠졌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의 유해성ㆍ위해성에 대한 평가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물질이 들어간 제품에 대한 관리는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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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를 포함한 살생제(바이오사이드)에 대한 관리는 보건복지부(살균제ㆍ살충제), 환경부(소독제), 농림축산식품부(농약), 해양수산부(방오제), 산업통상자원부(습기제거제) 등 다섯 개 부처에 흩어져 있다.

같은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제품이 달라지면 관리 부처가 달라진다. 소독제와 방충제, 방부제는 환경부가 관리하지만 살균제가 포함된 치약 등은 식약처가 관리 감독을 맡는 식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이 1998년 ‘살생물제 관리지침’을 만들어 통합 관리를 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박정규 한국환경정책평가원 선임연구원은 “살생물제를 여러 부처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관리 기준도 통일되지 않아 안전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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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가운데 식약처가 지난달 27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치약 11종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메디안 치약을 생산하는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아모레퍼시픽 공장 정문으로 대형 화물차들이 바쁘게 출입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구조에선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와 살균제 치약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살생물제를 통합 관리하는 콘트롤 타워를 지정해 살생물제가 사용된 제품을 추적하고 일괄적인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나 일본 소비자청이 그 모델이 될 수 있다. 제품 안전을 총괄하는 단일 부처가 관련 정보를 수집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보듯 위해성 높은 물질을 포함한 신제품이 공산품으로 출시돼 실제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야 위해우려제품이나 의약외품으로 지정되는 현실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사후 보완 시스템에선 새 유형의 제품은 출시 전 단계에서 유해성 등을 확인할 수단이 없다”고 했다.

이에 앞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발생하자 환경단체와 연구자들은 ‘살생물제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화학물질 중 정부에 등록하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물질을 지정하고, 위해성 우려가 높은 공산품은 환경부가 관리한다는 내용으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 정도에 그쳤다.

현 환경부 규정은 엄연한 살생물제 제품을 살생물제 제품이 아닌 것으로 오해될 여지마저 제공한다. 환경부가 지난해 4월 만든 ‘위해우려제품 지정 및 안전ㆍ표시에 관한 기준’에서 위해우려제품 15종 중 소독제ㆍ방충제ㆍ방부제만을 ‘살생물제류’로 명명 했다. 하지만 탈취제ㆍ방향제 등 나머지 12종에 속한 제품도 살균ㆍ멸균 등의 기능이 있으면 살생물제 제품에 해당한다. 살균제 치약과 같은 살생물제가 쓰인 또 다른 제품이 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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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선진국의 '화학물질 안전 기준 수입'도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9일 “국정감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치약이 판매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위해화학물질 안전기준을 만드는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다.

윤 정책위의장은 “식약처는 미국과 유럽의 허용기준을 거론하며 안전성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물질들에 대한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가습기살균제 뿐만이 아니라 생활에서 사용되는 위해화학물질의 현황을 자세히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600곳에 이른다”며 “각 기업들이 살균제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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