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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미국, 싸워도 막장은 피한다…정부 셧다운 막은 라이언·펠로시 협치

중앙일보 2016.10.03 01:31 종합 4면 지면보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여야는 타협을 통해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막았다. 지난달 30일 자정까지 새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예산의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서 업무가 중단된다.

“다수당이라도 밀어붙였다간 역풍”
공화당 명분, 민주당은 실리 챙겨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한 달간 미시간주 플린트 지원안을 놓고 예산 전쟁을 계속했다. 민주당은 납 중독 수돗물이 나와 식수 위기를 겪는 이곳에 대한 지원을 예산안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상원에 관련 법안이 있으니 예산안에 담을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여당인 민주당이 “플린트가 없으면 예산안도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플린트는 민주당 충성층인 흑인 밀집 지역이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 나라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게 대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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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左), 펠로시(右)

결국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협상에 나섰다. 플린트 지원을 예산안에 담지 않는 대신 하원에서도 별도의 지원 조항이 담긴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공화당이 플린트 지원에 합의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해서 지난달 28일 상원과 하원이 2017 회계연도 임시예산안을 긴급 통과시켰다. 워싱턴포스트는 “요약하면 민주당의 승리”라고 전했다.

미국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한 여소야대다. 현재 상원 100석 중 공화당 54석, 민주당 44석, 무소속 2명이다. 하원 역시 공화당 246석, 민주당 186석에 공석 3자리다. 공화당이 맘만 먹으면 의회의 법안 처리는 모두 중단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임시 예산안을 놓고 공화당이 민주당에 양보한 이유는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였다간 역풍을 맞는다는 2013년의 기억 때문이다.

총기 규제에 대한 찬반처럼 미국에서도 여야는 각자의 노선이 걸린 현안을 놓곤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협상을 통해 막장은 피하려 한다. 지난해 4월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 후보자의 상원 인준은 인신매매 처벌 법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며 지연됐다. 민주당은 이 법의 낙태 지원 범위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공화당은 법안 처리와 인준 표결을 연계하겠다고 맞섰다.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반대하는 공화당이 맞붙었으니 서로 물러서기 어려운 명분 싸움이 됐다. 결국 여야가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으면서 린치 후보자의 인준 지연 사태도 116일 만에 마무리됐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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