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너희 의무를 다하라"…죽음 앞에서도 할말 다한 러시아 경찰관

중앙일보 2016.10.02 18:09
기사 이미지

처형 직전의 마고메드 누루바간도프.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형제들이여, 너희 의무를 끝까지 다하라.’

반군이 총을 겨눈 상태에서도 할말을 다해 목숨을 잃은 이슬람계 러시아 경찰관이 러시아 국가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러시아 다게스탄 자치 공화국에서 경찰로 근무했던 마고메드 누르바간도프 얘기다. 그는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다게스탄 반군에 의해 살해됐다.

누르바간도프는 당시 사촌 동생과 함께 숲에서 캠핑을 즐기다 다게스탄 반군에게 붙잡혔다. 반군은 소지품을 검사하면서 그의 경찰 신분증을 발견했다.

다게스탄 반군은 누르바간도프를 즉결 처형한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자세한 사정은 이후에 알려졌다.

러시아 내무부 소속 대테러 부대가 8월 7일 반군 기지를 급습했다. 이때 확보한 스마트폰에서 누르바간도프의 처형 동영상 풀버전이 들어 있었다.

풀버전 동영상에 따르면 이런 대화가 오갔다.

다게스탄 반군 “(누르바간도프의 경찰 신분증을 읽은 뒤) 이게 네 것인가”

누르바간도프 “그렇다”

반군 “동료들에게 ‘경찰관을 그만두라’고 얘기하라”

누르바간도프 “(카메라 정면을 바라보면서) 형제들이여, 너희 의무를 끝까지 다하라”


그러면서 반군에게 “내가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직후 누르바간도프는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누르바간도프의 용기는 러시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기사 이미지

누르바간도프 부모(오른쪽)를 위로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 [사진 유투브 캡처]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누르바간도포의 부모를 크렘린궁으로 불러 위로했다.

푸틴 대통령은 누르바간도프를 “진정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당신 아들과 같이 진정한 용기를 지닌 사람 만이 죽음 앞에서 신념을 지키고 의무를 다한다”고 말했다. 누르바간도프는 ‘러시아 연방 영웅’ 훈장을 사후에 받게 됐다.

러시아 캅카스 지방의 다게스탄 공화국은 러시아에서 가장 민족 분포가 다양한 지역이다. 2009년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이슬람 반군이 활동했다.

다게스탄 공화국은 외교부 여행경보 적색경보(철수권고)가 내려진 지역이다. 긴급용무가 아니면 철수해야 하며, 되도록 방문하지 말아야 할 곳이란 뜻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