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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스타' 교황 행사인데도 빈자리 '썰렁'

중앙일보 2016.10.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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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미사가 열렸다. 3일간의 조지아·아제르바이잔 순방 중 이틀 째였다.

그러나 이날은 '록스타'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대중 동원력을 보였던 그간 해외 순방과는 완연히 달랐다. 관중석은 물론 운동장에 마련된 귀빈석에도 빈자리가 많았다. 수용 인원(2만5000명)을 한참 밑도는 3000여 명만 참석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기본적으론 조지아가 기독교 국가라곤 하나 1054년 가톨릭 교회가 갈라선 동방정교회 소속이어서다. 조지아 내 가톨릭 신자들은 1% 미만이다. 여기에다 조지아 동방정교회가 특히나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가톨릭 교회와의 종교간 대화에도 반대한다. 이번에도 신자들에게 "가톨릭과 정교회의 교리 차 때문에 미사에 참여할 수 없다"며 불참을 권고했다.

종교간 화합 차원에서 조지아를 방문한 교황은 그래도 엘리아 총대주교 등 동방정교회 대표단은 참석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사 말미에 "미사에 참석한 대표단에 감사한다"고 말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대표단의 불참에 "미사에 참가한 동방정교회 신자에게 감사하다"로 바꾸어야 했다.

엘리아 총대주교는 다른 공식 행사에선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자들에게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들이 교황의 행선지마다 "이단" "적그리스도"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교황의 방문은 동방정교회를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는 시도로 여겼다.

동방정교회 신자인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미사에 참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조지아의 미묘한 지정학을 감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지아는 오세티야를 두고 러시아와 오랜 분쟁을 벌였고 2008년 전쟁까지 치렀다. 현 정권은 친서방 기조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바란다. 교황의 방문이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교황은 이 같은 사정을 감안, 미사 후 가톨릭 신자들과의 대화에서 "여러분은 동방정교회 신자를 개종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자매이자 예수의 제자들"이라고 말했다. 또 "조지아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러시아를 에둘러 비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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