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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맨발 탈출 소녀' 3년 감금한 계모와 친구, 징역 10년 확정

중앙일보 2016.10.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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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인천 연수구의 한 슈퍼마켓에선 한 여자아이가 과자를 뜯어 먹고 빵이 담긴 바구니를 훔치다 붙잡혔다. 아이는 반바지, 반팔 차림에 맨발이었다. 당시 기온은 영하 6도였다. 아이의 몸 곳곳엔 오래된 상처와 멍 자국이 많았다. 몸은 지나치게 마른 상태였다. 슈퍼마켓 주인은 곧바로 경찰에 연락했다.
 

아동학대가 의심된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는 당시 초등학교 5학년 나이의 박모양이었다. 하지만 학교는 다니지 않고 있었다. 지난 3년간 아빠 박모(33)씨와 동거녀 최모(37)씨, 동거녀의 친구 전모(36·여)씨와 함께 살며 3년간 감금 상태로 지내며 온갖 폭행과 학대에 시달린 사실이 드러났다.

박양이 슈퍼마켓에서 빵을 훔치던 날엔 “너무 배가고팠다”며 세탁실 배관을 타고 도망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 박씨 등은 이 일로 지난 1월 공동감금·특수상해ㆍ상습특수폭행ㆍ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가 적용돼 구속기소됐다. 박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아동보호기관으로 옮겨졌다.

이 사건은 정부와 전국의 지자체, 경찰이 전국의 ‘장기결석 학생’ 및 아동학대 전수 조사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2일 대법원은 박모양 친부의 동거녀 최모(37)씨에게 징역 10년, 최씨의 친구 전모(36·여)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친부인 박모(33)씨는 항소심에서 선고 받은 징역 10년에 대해 상고하지 않아 대법원 심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씨의 범행 동기와 수단, 결과 등 양형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검토해 보면 징역 10년의 원심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최씨의 지인 전씨의 상고 이유를 기각한 데에는 이렇게 판단했다.
 

전씨는 양형의 기초 사실에 대한 심리가 미진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양형부당에 대한 주장이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대해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전씨의 상고는 법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박양의 친부인 박씨와 동거녀 최씨 등의 학대 사실은 이랬다.

이들은 박모양이 초등학교 2학년 2학기(2012년 9월)부터 5학년말(지난해 12월)까지 3년 넘게 모텔과 인천 연수구 자택 등에 감금하고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아빠는 일 없이 인터넷게임을 하며 놀고 있었고 생활비는 동겨녀가 벌었다. 이들은 빚에 쫓겨 모텔 등을 전전하다 2012년 9월쯤 인천 연수구로 이사를 왔다.

박씨는 툭하면 박양을 때렸다. “보기 싫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손찌검을 했고 옷을 걸어 두는 행거에 달린 쇠봉을 휘두르기도 했다. 동거녀와 친구도 폭력에 가담했다고 한다. 박양은 늑골이 부러진 적도 있었다.

박양의 끼니를 챙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배가 고파 냉장고를 뒤지면 “아무 거나 먹는다”며 때렸다고 한다. 박양은 일주일 넘게 굶기도 했다.

탈출을 꿈꿀만도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집 대문이 잠겨 있었던 것도 아니다. 박양은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문을 잠그진 않았는데 어쩐지 밖으로 나가면 혼날 것 같았어요. 매일 수돗물만 마시니까 배가 너무 고파 빵을 훔치려고 몰래 나왔어요.”

빵을 훔치러 나온 그날이 박양에게는 3년 만의 외출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엄벌을 선고했다. 친부인 박씨와 동거녀 최씨에게 징역 10년(검찰 구형 각각 7년, 10년), 최씨의 친구 전씨(검찰 구형 3년)에겐 징역 4년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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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피고인들의 행위를 엄하게 처벌해 추후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법원의 책무”라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2심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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