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텐센트는 IT 놀이터 만들고, 구글은 우연한 만남 극대화

중앙선데이 2016.10.02 01:45 499호 14면 지면보기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인 텐센트의 수석 건축가인 이반 완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선전시에 완공될 신사옥의 콘셉트를 “거대한 IT 실험실”이라고 소개했다. 이 신사옥은 홀로그램으로 건물을 안내하고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회의실 온도가 조절되는 등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곳곳에 도입한다. 건물에 있는 모든 사람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고, 문은 안면 인식으로 열리며,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주차와 엘리베이터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5억9900만 달러(약 7000억원)를 들여 지을 새 사옥의 면적은 34만㎡(약 10만3000평)다. 현재 사옥의 세 배 수준이다. 조감도를 보면 각각 50층, 39층짜리 건물 두 동으로 이뤄져 두 개의 로봇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이다. 50층짜리 건물은 구름다리 통로를 통해 39층 높이의 다른 건물과 이어진다. 통로가 거대한 벨트를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은 ‘다야오다이(大腰帶·커다란 벨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은 공간 혁신 중

아마존·구글·빌앤드 멀린다 게이츠재단 건물을 설계한 건축회사 NBBJ가 텐센트와 함께 세우는 신사옥은 이른바 ‘실리콘밸리 룰’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거의 모든 칸막이를 없애고 천장은 최대한 높였다. 일반적으로 건물 아래층에 두는 체육관은 직원들이 상호 교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빌딩 곳곳에 조성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콘셉트가 숨어 있다. NBBJ의 로버트 맨킨 공동대표는 “20~30대 젊은 엔지니어가 많은 텐센트의 조직 특성을 고려해 IT실험실처럼 꾸몄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떨어져 있는 이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IT놀이터’를 곳곳에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IT놀이터는 쌍둥이 건물로 된 남·북 건물을 이어주는 통로들이다. 1층과 21층, 34층에서 두 건물이 이어진다. 이 공간에는 준비실·강당·회의실·전시센터와 300m짜리 달리기 트랙도 있다. 옥상에서는 수영·암벽등반 등 레저활동도 즐길 수 있다.

1 직원끼리의 대화를 늘리기 위해 공용 공간을 확대한 구글의 미국 마운티뷰 신사옥 조감도.

2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 짓고 있는 유리온실 조감도. [사진 구글·NBBJ]



무작정 공간 공유한다고 혁신 일어나지 않아물론 이런 시도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내외 여러 기업에서 건물 내에 만남의 장소, 교류 공간 등을 만드는 게 한때 유행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인위적인 공간에 적응하지 못했다. ‘열린 공간(개방성)’을 지향하며 칸막이를 뜯어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개인 공간을 그리워하게 됐다. 중앙 정원, 책상 순환 배치, 서서 일하는 책상, 러닝머신 책상, 책상 없는 사무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도로 칸막이 사무실로 돌아간 곳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공유하는 공간이 어떻게 협업과 혁신으로 이어지는가에 있다는 얘기다.



직원 간 협업을 유도하는 대표적 기업은 구글이다. 직원들이 활발한 대화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동지애’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전 세계 49개국에 자리한 사무실 68곳 모두 ‘직원 간 대화 늘리기’를 목표로 우연한 만남을 극대화하도록 설계했다. 구글 본사(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인근에 들어설 신사옥은 직원들 사이에 사적인 대화를 이끌어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예컨대 10만㎡의 다층식 복합건물인 신사옥 안에서 모든 직원이 2분30초만 걸으면 얼굴을 볼 수 있다.



공통 관심사 가진 직원 간 점심 식사 주선도물론 인테리어와 공간 구조만 바꾼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구글 내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 팀이 있다. 팀명은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다. 직원들의 연봉이나 식사 종류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연구한다. ‘구글가이스트(Googlegeist)’라는 설문조사 시스템으로 직원들의 친밀도와 행복감을 파악하고 회사 운영 방침에 반영한다. 미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은 포틀랜드와 샌프란시스코 사옥에 직원들의 소통을 돕는 여러 가지 기구를 설치했다. ‘런치 버튼 터치스크린’은 공통 관심사를 가진 직원들의 점심 자리를 즉석에서 주선해준다. ‘대화 포털’이라는 이름의 긴 커피 테이블도 있다. 쌍방 화상 통화 시스템을 갖춘 테이블이다. 전 세계 지점에 있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대화 밸런스 테이블’도 있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 중 한 사람이 대화를 독식하면 탁자 위에 있는 꽃 장식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주의를 준다.



큰돈 안 들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도 있다. 굳이 사옥의 구조를 바꾸지 않아도 직원들이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회사 전반의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 보스턴에 있는 마케팅 회사 CTP는 여름마다 직원들이 서로 책상·사무실을 바꾸도록 한다. 서로 가까이에 앉을 일이 없는 부서끼리 접촉할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다. 기업들의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픽사 CEO로 재직할 당시 화장실을 단 두 개만 설치해 직원의 대화를 유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만남 유도해야맨킨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삼성전자 신사옥도 혁신을 이끄는 사옥의 좋은 예”라고 말한다. 지난해 7월 완공한 삼성전자 새너제이 연구센터는 삼성전자가 미국 내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삼은 미주 총괄 신사옥이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전략혁신센터(SSIC)·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 등 17개 연구소와 R&D팀을 한데 모으기 위해 약 10만2000㎡(약 3만 평) 부지에 10층짜리 건물 2개 동을 세웠다. 건물 두 동을 연결하고 층간 정원을 조성해 자연스럽게 공용 공간으로 직원들이 모이게끔 공간을 조성했다. NBBJ는 하루 기준 직원 1명이 마주치는 평균 직원 수는 약 188.5명으로 추산한다. 오언 스미스 미국 미시간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료를 더 자주 보고 서로 더 부딪히면 갑자기 대화를 나누게 될 확률이 커진다”고 말한다. 스미스 교수는 직장에서 동료와 동선이 30㎝ 겹칠 때마다 협업은 최대 20%까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협업 효과가 좋아지려면 정보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 맨킨 공동대표는 “단지 자주 마주친다고 협업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며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편하고 즐겁게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