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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금리 가정하고 장기 자산계획 짜야

중앙선데이 2016.10.02 01:39 499호 18면 지면보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의 금리 인상 시간표가 정해졌다. 올해는 12월에 한번 금리를 인상하고 끝낼 것 같다. 금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움츠려 들었던 주식시장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왜 미국은 금리 인상 시도를 멈추지 않는 걸까? 경제 지표만 보면 연준(Fed)이 금리 인상에 목을 매야 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밑돌고 있고, 올해 성장률이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 나온 발표문에서 연준은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하면서도 경제 전망치는 하향 조정하는 상반된 행동을 보였다. 기업 투자부진과 고용이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걸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꼽았다. 성장률은 올해 1.8%에 이어 내년과 후년에도 2% 미만에 머물 걸로 전망했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美 순자산 규모 가처분소득의 6배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 시도를 계속하는 건 자산 가격 버블을 막기 위해서다. 앞의 발표문에서 미국 자산가격은 버블이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때는 물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연준은 자산 가격이 버블이 아니며, 설혹 버블이 생기더라도 정부가 자산 가격 급등을 흡수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버블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일러스트 강일구



미국의 자산 버블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가계 순자산 규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과 주가 상승으로 미국 가계의 순자산 규모가 가처분소득의 6.3배가 됐다.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IT 버블 때는 6배를 넘지 않았다. 자산 가격이 실물 부문에 비해 너무 빨리 상승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금융위기를 촉발한 자산 버블로 큰 홍역을 치뤘다. 아직도 상황이 정리되지 않고 있는데 이 상태에서 또 한번의 버블 붕괴가 발생할 경우 사태를 감당하기 힘들다. 금융위기 때는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 여력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수단마저 없다.



그래서 올 12월 금리 인상은 끝이 아니다. 연말 금리 인상에도 자산 가격에 큰 변동이 없을 경우 내년에는 올해보다 금리 인상 횟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올해는 금리 인상이 자산 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실제 인상을 하더라도 악영향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될 경우 정책 시행을 늦춰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금리가 실물 경제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때까지 인상이 이어질 것이다.



다행히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금리 인상이 있기 3개월 전부터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고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는 등 불안이 시작됐었다. 8년만에 처음 금리가 오르면서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런 형태는 아닐 것이다. 1년 넘는 적응 과정을 통해 금리 인상 영향력이 분산되고 있다. 신흥국 중 경제가 가장 취약한 브라질의 헤알화가 꾸준히 상승해 멕시코 페소화보다 절하율이 작아졌다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중앙은행 돈 푸는데도 물가 오르지 않아연말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중 금리가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미국의 영향을 받아 금리를 따라 올리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지난 100년 사이 미국 금리는 3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그 중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20%까지 올렸던 1980년을 제외한 나머지 두 번은 금리 방향이 바뀌기까지 5년 넘게 바닥이나 천장에서 횡보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번 금리 하락 사이클은 1980년부터 36년 동안 이어져 다른 어떤 때보다 기간이 길고, 폭이 컸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중 금리가 상승하는 건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가 될 것이다.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도 금리가 오르기 힘든 상태다. 올 들어 7월까지 금융완화 정책을 위해 미국과 유럽·일본·중국 등 4개 국 중앙은행이 1조7000억 달러의 돈을 풀었다. 예년의 3배에 해당한다. 그런 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물가 상승률 2%를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물가가 이 수준에 도달한 나라는 거의 없다. 저성장과 저물가가 저금리를 만들고 있는 핵심 요인이다. 낮은 금리를 가정하고 장기 자산 구조를 짜는 게 맞다.



 



 



이종우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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