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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정파 합종연횡, 1대1 대결 ‘경우의 수’ 31가지

중앙선데이 2016.10.02 01:39 499호 22면 지면보기

2002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로 물러난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오른쪽)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 축하하고 있다. [중앙포토]



19대 대통령 선거를 14개월 앞둔 요즘 자주 거론되는 화두 하나는 대진표다. 특히 누구와 누가 후보를 단일화할까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등록 후의 후보 단일화는 지금으로부터 꼭 53년 전인 1963년 10월 2일 처음 등장했다. 당시 국민의당 허정 후보가 민정당 윤보선 후보를 지지하면서 5대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것이다. 열흘 후에는 옥중출마했던 자유민주당 송요찬 후보도 사퇴했다. 윤 후보는 45.1%를 득표해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득표율 46.6%)에게 약 15만 표라는, 현재까지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작은 표차로 패배했다.


[세상을 바꾼 전략] 대선 후보 단일화

그 이후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 선거 모두에서 후보 단일화의 시도가 있었다. 먼저, 당선자를 바꾸지 못했지만 후보 단일화는 있었던 선거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전개했고 안 후보는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도 선거 이틀 전 문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했다. 세 후보가 문 후보로 단일화했지만 선거결과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이었다. 문 후보는 자신의 본래 지지율에 안 후보의 것을 더한 만큼의 득표율을 얻지 못했던 반면에, 박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의 사퇴 후 올라갔던 것이다.



다음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선거다. 예컨대, 1987년 13대 대선에서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와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는 후보 단일화 협상을 추진하다가 결국 각자 출마해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끝으로, 후보 단일화로 결과를 바꾼 선거다. 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이 민주자유당으로 합당한 것은 92년 14대 대선에서 후보를 단일화하기 위한 사전 전지 작업이었다.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가 합당 후 민주자유당 이름으로 출마해 대통령이 됐다. 또 97년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 간의 이른바 DJP연합도 15대 대선의 승리에 일조한 후보 단일화로 평가되고 있는데, 유사한 정파끼리가 아니라 이질적인 정파끼리 후보를 단일화한 사례다.



 

* 당선자를 맨 앞에 표기했고, 득표율 3% 미만 후보는 생략했음



후보 단일화, 대체로 당선 가능성 높여후보 단일화를 통해 선거 판세를 뒤집은 것으로 각인돼 있는 대표적 사례는 2002년 16대 대선이다. 2002년 월드컵 폐막 직후 4개월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이에 새천년민주당 내 반(反)노무현 정치인들이 노-정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11월 16일 노-정 두 후보는 후보 단일화 방식에 합의했다. 표면적으론,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정 후보의 제안을 노 후보가 수용함으로써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은, 단일화 조사 결과를 미리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정 후보의 전략적 실수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TV토론 등을 거친 후 실시된 11월 24일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확정됐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노 후보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단일화를 굳이 추구하지 않은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노-정 후보 단일화 추진에 대해 이회창 후보도 대응했을 터인데 선거결과는 이 후보의 전략적 계산이 부정확했음을 말해준다. 노 후보가 자신에 적대적인 당내 계파의 요구대로 단일화를 추진한 것은 전략적 한 수였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 선출한 현재까지의 총 12차례 대통령 선거를 살펴보면, 후보 단일화가 가끔 의도와 정반대로 전개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후보 단일화 효과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동일하지는 않다. 민주통합당과 통합민주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실천한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얻었다. 반면에 제1야당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당해서 각자 후보를 낸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당 새누리당이 원내 제2당에 그쳤다. 특히 20대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룬 일부 지역구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하고, 반대로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다수 지역구에서는 야당 후보가 당선하기도 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 야당이 승리하고, 그 반대이면 야당이 패배한다는 도식과 어긋난 결과다.



 



단일화가 자기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평면적으로 보면, 후보를 단일화한 경우의 당선 확률이 단일화하지 않은 경우보다 크지 않다. 그렇다고 후보 단일화가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봐서는 안된다. 유리한 상황에서는 굳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고, 반대로 불리한 상황에서나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일화가 지지자 일부를 이탈시키고 또 상대 진영 지지자를 투표에 적극 참여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자기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 이처럼 후보 단일화의 효과는 입체적이다.



1위 후보를 만드는 것이 후보 단일화의 목표다. 설사 단일화 후보의 득표율이 단일화 전 후보들의 지지율 합보다 작더라도 경쟁 후보의 득표율보다는 크다면, 성공적인 후보 단일화다. 후보 단일화 후 선호가 약해진 자신의 잠재적 지지자를 투표에 참여시키고 또 선거 결과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표 참여 의지가 강해진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이다.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는 당원 경선, 국민참여 경선, 일반인 여론조사, 후보 간 담판 등이 있다. 여론조사만 해도 표본(역선택 방지를 위한 상대 지지자 제외 방식), 질문(지지도 또는 경쟁력), 오차범위(후보 간 작은 차이로 무시할 조사결과) 등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최종 선택 후보는 달라진다.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는 거대 조직을 지닌 측이 유리하다. 예컨대, 조직화돼 있는 쪽은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표본에서 자신의 의견이 과대대표되게 할 수도 있다. 유불리가 분명한 단일화 방식일수록 합의가 잘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단일화 협상에서는 여러 경우의 수를 갖고 임해야 한다.



물론 본래 1위를 달리던 후보가 수수방관하지는 않는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탈락할 후보에게 출마의 동기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직접 매수하거나 이간질 할 때도 있겠지만 대체로 당선될 희망을 주어 후보 단일화를 저지하기도 한다. 아니면 자신에게 패배할 후보로 단일화되도록 노력하거나 또는 자신도 다른 후보와 단일화하기도 한다.



그림 1·2의 다자대결에서 진보 후보인 A와 B는 각각 2표씩 받고 보수 후보인 C는 3표를 받는다고 가정하자. A와 B가 후보를 단일화하면 C에게 4대3으로 승리하게 된다는 것이 후보 단일화의 기본 취지다. 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그림 2에서 세 후보가 보수·혁신 성향뿐 아니라 출신지역(세로축)도 다르고 특히 A와 B의 지지 기반 지역은 서로에게 대립적이라고 하자. 또 B를 지지하는 ◎는 A와 C 가운데 지역 연고 때문에 C를 더 가깝게 여긴다고 하자. 만일 B가 사퇴하고 A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는 A 대신 C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유권자의 선택이 그대로라면 단일 후보 A는 C에게 3대4로 패배한다. 이는 후보 단일화가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다.



보혁과 지역이라는 기준 외에도 불평등, 안보와 같은 선거 프레임이 존재한다. 특히 개헌 이슈는 보수-진보, 출신지역, 사회경제정책, 대북정책 등과 달리 후보들이 자신의 입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프레임에서 불리한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제기하려 할 것이다.



 



기존 프레임 불리한 후보, 개헌 제기할 수도후보 단일화로 당선자를 바꿀 수 있는지는 유권자의 선호 분포에 따라 다르다. 유권자의 선호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그 방향과 강도가 바뀔 수 있으며, 또 유권자 선호 분포는 선거 프레임에 따라 새롭게 그려질 수 있다. 좋은 연대 파트너(후보)는 선거 프레임에 따라 달라지고, 또 유리한 선거 프레임도 연대 후보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 한국 사회는 대선 시즌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대선 시즌의 정계구도는 대선 후보 구도와 다름 아니다. 개별 인물이 아닌 주요 정파만 나열해도, 새누리당의 친박계와 비박계, 더민주당의 친문계와 비문계, 국민의당의 호남계와 비호남계 등 6개이다. 이 6개 정파가 둘로 나뉘어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정계구도의 종류만 해도 수학적으론 31가지(5계파 대 1계파의 6가지, 4계파 대 2계파의 15가지, 3계파 대 3계파의 10가지)나 된다. 여러 정계구도, 선거 프레임, 후보 연대 가운데 어떤 조합이 특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지는 복잡하지만 계산할 수 있다. 과거 선거에서는 어설픈 계산으로 1·2위 후보가 낙선하기도 했고, 진정성이 수반된 정교한 계산은 3위 후보를 당선시키기도 했다.



과반이 되지 않더라도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면 당선되는 현행 정치제도 그리고 정당체제를 계속 바꿔야 하는 현행 정치문화에서, 후보 단일화는 전략적 고려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다. 후보 단일화의 추진과 저지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시도될 것이다. 자신의 연대를 멸사봉공과 구국의 결단으로, 상대의 연대는 야합으로 표현하면서 말이다.



 



김재한한림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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