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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과도 연대 가능” “개헌 반대 문재인만 남을 수도”

중앙선데이 2016.10.02 01:33 499호 3면 지면보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왼쪽부터)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68주년 국군의 날 경축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국회 정상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선을 1년3개월가량 앞둔 현재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양강(兩强) 후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지난 추석 무렵 일제히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추격전에 나섰다.


개헌 고리로 세 확산되는 ‘제3지대론’

막 시동을 건 대선 레이스에서 향후 판을 흔들 요소로 개헌을 꼽는 정치권 인사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을 간판으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제1야당인 더민주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나머지 주자들이 개헌을 고리로 제3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야 주류인 친박과 친문을 제외하고 ‘빅 텐트’에 모이자는 주장에 개헌을 결합시킨 대표적인 인물이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 친박과 더민주 친노 양극단 패권 세력을 배제한 ‘비패권 지대’에서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대선후보들이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개헌에 찬성하는 대선주자들이 각자 개헌 공약을 내걸고 소속 당에서 경선을 치른 후 본선 국면에 모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 않지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제3지대’에서 나머지 주자들이 모여 별도 리그를 벌이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3일 방송 토크쇼에 나가 “김부겸 더민주 의원이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같은 분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연대의 무대를 국민의당이라고 밝히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양강 후보를 제외한 여야 주자들을 거명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윤여준 전 장관,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조찬회동을 갖고 개헌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여야 구분 없이 참여하는 개헌 추진 모임이 활발해지는 것도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세력의 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달 8일 창립한 ‘20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현재 여야 의원 192명이 참여하고 있다. 의원 8명만 더 모으면 개헌안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석이 된다. 지난달 23일 각계 인사 150여 명이 참여한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도 결성됐다. 김원기·임채정·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유인태·조해진 전 의원,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 모임에는 국회 외부에서 개헌 준비를 해온 단체 소속 인사들도 망라돼 있다.



김종인 전 대표는 “국회 내에서 개헌을 추진할 동력은 이미 마련돼 있다.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를 줄이겠다는 대선주자들이 나올 것이고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호응하듯 개헌 의지를 밝히고 나서는 대선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승자가 독식하는 현행 권력구조가 제왕적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간 죽기 살기식 극한 대립을 낳아 정치가 마비됐다”며 “내가 볼 때 지금 권력분산형 개헌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지난달 30일 서울대 특강에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30년 해봤는데 필요하지만 인기는 없는 정책은 추진하기 힘들고 정치권과 관료가 갈수록 재벌에 포획돼 정당 간 합의를 통한 입법이나 예산 배분이 어려워졌다”며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지난달 23일 국민주권회의 창립식 축사에서 “다음 대통령은 협치를 몸소 실천해야 한다. 이를 제도화해 권력을 나누는 것이 개헌”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7월 저서 ?왜 지금 국민을 위한 개헌인가?를 출간하며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야권에도 개헌에 긍정적인 후보군이 있다.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제7공화국을 원하고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 내에 개헌 특위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사회·경제적 강자들이 기득권을 누리며 누적시킨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을 정리하고 새 출발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여야의 주류 측에선 개헌에 적극적이지 않다.



새누리당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사석에서 “친박 이정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상황에서 반 총장이 후보로 나선다면 우리에게 확실한 승산이 있는데 구태여 개헌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개헌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인태 전 의원은 그러나 “대선 정국이 흘러가다 보면 개헌에 반대하는 후보로 문 전 대표만 남을 수도 있다”며 개헌 찬성파가 다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개헌 추진이 본격화하려면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우선 선호하는 개헌의 내용이 다르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의원내각제를 선호하고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지사는 좌우 연정을 가능하게 하는 분권형 개헌을 주장한다. 남 지사는 이를 위해 국회 의석수대로 장관을 배분하는 ‘협치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은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김부겸 의원과 안희정 지사는 지역 분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개헌을 통한 제3지대론을 얘기하려면 개헌에 대한 공통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않다. 각론에 대한 열린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이 소속 정당에서 대선에 도전할 생각도 강해 실제 제3세력이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유승민 의원은 “이념과 노선, 정책에 기반한 게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권력을 잡기 위해 급조된 제3지대론이라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여기서 안 되면 저기 가고 저기서 안 되면 또 다른 데로 가는 게 무슨 제3지대냐”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대표 측 관계자도 “정치지형 개편을 위한 개헌론에 대해 국민은 권력 나눠 먹기라는 시선을 보낼 것이란 게 안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무성 전 대표는 “개헌에 동의하는 대선주자들이 연대해야 한다. 김종인 전 대표와의 연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헌은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거나 문재인 전 대표 등 큰 정당의 유력 주자가 앞장서야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되면 곤란하다. 정파를 넘어 다양한 정치세력이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충형·안효성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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