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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은행 일부 문 닫았지만 카지노선 대중 송금 서비스

중앙선데이 2016.10.02 01:24 499호 6면 지면보기

나선시에 들어선 중국 자본의 상업센터. 은행·상점·레저시설이 입점해 있으며 상층부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북한에서는 정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아파트 높은 층의 가격이 싸다. [사진 이주인 아쓰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 3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결의를 한 지 반년이 지났다.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압력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쇼윈도’인 평양이 아닌 북한의 다른 지방은 어떤 상황일까.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는 어떠할까. 지난 7월 말~8월 초 함경북도 나선시와 청진시 등을 찾아 실정을 알아보았다.


[유엔 대북제재 그 후] 나선·청진 르포

“국가 간 관계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가 추진하는 개발은 민간 중심이어서 큰 영향은 없다.” 북한 동북부 나선시에서 외자 유치를 맡고 있는 경제협력국을 방문하자 담당자인 김명국씨는 유엔 제재 영향에 대해 이렇게 역설했다. 나선은 중국·러시아의 국경과 접하는 경제특구다. 북·중 간 교통량 증가에 따라 중국은 국경을 흐르는 두만강에 새로운 다리를 놓고 있었다. 새 다리는 1937년 건설된 원정교 옆에 세워지게 된다. 나선시 거리에는 은행·상점·레저시설이 입점한 중국 자본의 상업센터가 들어섰다. 호텔과 아파트 건설도 잇따르고 있었다. 최근 수년간 외국인 상대의 카지노도 증가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나선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는 줄지 않았다고 한다.

1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접하는 함경북도의 경제특구 나선시 중심부에 건설 중인 호텔. 이곳에선 아파트도 짓고 있는데 인테리어를 하기 전 집값이 1㎡당 200~300달러 정도 된다고 한다.

2 전력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도시와 농촌 가릴 것 없이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된 집이 많다. 3 청진시에는 아직도 목탄차가 다니고 있다. [사진 이주인 아쓰시]



잦은 정전으로 아파트 고층 값 싸아파트는 나선시의 변화를 상징한다. 의료와 교육, 주택의 무상화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주의국가 북한에도 21세기 들어 평양 등에 분양 아파트의 매매가 이뤄지게 됐다. 나선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북한 주민뿐이다. 나선의 아파트 가격은 인테리어를 하기 전 단계에서 1㎡당 200~300달러(1평당 600~900달러)다. 집값은 시장 동향으로 결정되고 중국 위안화로 매매되고 있다. 한 북한 사업가는 “여기선 주택 대출이 없기 때문에 집에 모아둔 돈으로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돈주’로 불리는 국내 신흥 부유층한테서 돈을 빌리는 사람도 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아는 중국인을 통해 돈을 조달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나선 같은 경제특구 이외의 지역에선 지역 돈주나 실력자가 사실상 사업주인 케이스도 많다고 한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 1층과 함께 고층의 가격도 싼 것이 북한의 특징이다. 아무리 전망이 좋아도 정전으로 엘리베이터 등을 사용할 수 없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매와 더불어 전력 개혁 움직임도 주목거리다. 북한의 전력 사정이 나쁜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은 표면상 전기와 수도 등 생활 인프라도 국가가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고 하지만 평양과 나선조차도 일반 가정의 전기 사용은 제한돼 있다. 정전도 다반사다. 도시와 농촌 가릴 것 없이 주민들이 집 창가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전력 부족을 메우고 있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나선에선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을 징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전력 사정이 이전에 비해 좋아진데다 약간의 돈을 내더라도 필요한 전기를 확보하려는 부유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내의 한 사업자에 따르면 요금은 1㎾h당 0.058유로(약 70원)다. 가격은 기업이나 가정이나 같다.



청진과 나선 잇는 도로에는 출입국 검문소청진은 나선에서 100㎞도 떨어져 있지 않지만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항만 공업도시다. 나선과 청진을 잇는 도로에는 같은 나라인 데도 ‘입국’과 ‘출국’이 쓰여진 검문소가 있었다. 출입 체크가 엄격한 것도 나선 같은 경제특구와는 달랐다. 청진은 일제 때 건설된 김책제철소가 있는 철강과 금속공업의 거점이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경제난으로 조업이 중단된 공장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해외 전문가들은 공업이 쇠퇴한 미국 중서부의 일부 지역을 빗대 청진을 ‘북한판 녹슨 공업지대(Rust Belt)’로 부르기도 한다.



“기업책임 관리제 도입으로 생산량도 제품의 질도 향상됐다.”



시내 수성천종합식품공장의 한통용 지배인은 최근의 성과를 이렇게 말했다. 이 공장은 지역 특산품을 적극 활용해 과자와 빵, 수산물가공품 등 여러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1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 시찰한 적이 있는 모범적인 공장이다. 기업책임 관리제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확산된 경제용어로 북한이 추진하는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말한다.



공업 분야에선 계획·생산·노동력 조절 등에 관한 기업의 권한을 확대했다. 재정면에서의 기업 권한도 커졌다. 기업이 자신의 수익으로 임금을 올려주거나 기술 개발로 자금을 돌릴 수 있도록 했다.



청진의 기업들은 자력갱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외국자본과 기술을 들여오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 어려운 현실이 작용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북한은 각지에 경제특구를 설치했지만 외자 유치의 실적이 있는 곳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청진시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외국기업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외국에 의한 경제 제재와 봉쇄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진 방문 안내를 맡은 인사는 김책제철소가 수입 코크스 대신에 국산 무연탄을 사용하는 ‘주체철’ 생산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코크스를 수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지 않는 제철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제철소 견학은 허용되지 않았고 멀리서 바라본 제철소의 굴뚝에서 연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지방 도시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실정은 제각각이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나라 전체가 외자 유치와 경제 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백두산 주변에는 김정은 주도로 새로운 국제관광지대의 창설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도시·산업 인프라가 비교적 발달된 청진에선 물류와 상업이 발전하기 시작해 군이 관할·운영해 온 청진(어랑) 공항을 민용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외국기업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중국은 북한 경제를 무역·투자 등에서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북·중 관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장면을 곳곳에서 보게 됐다. 나선에는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의 훈춘(琿春)에서 육로로 들어갔다. 사전에 등록된 중국 차량은 그대로 나선에 들어갈 수 있다. 트럭과 버스, 승용차가 많이 왕래한 것은 2년 전 방문 때와 같았지만 길거리 모습에서는 작은 변화가 있었다. 나선 시가지 도로에 세워져 있는 푸른색 바탕에 흰 글씨의 도로 표지 내용이 바뀌었다. 외국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지역답게 예전에는 지명이 한글 외에도 영어 알파벳과 한자로도 쓰여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한자 표기만이 일제히 지워졌다. 당시 북한 여성 밴드그룹인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돌연 중단된 것이 계기라는 얘기를 듣게 됐다. 더 놀라운 것은 나선 시내의 중국계 금융기관이 잇따라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을 때다. 나선에는 중국계 은행이 몇 개의 점포를 내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두만강은행을 방문해 보니 문이 잠겨 있었다. 중국계 은행의 폐쇄는 중국이 유엔 제재에 맞춰 금융제재 강화에 나섰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 북한 관계자는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선 시내를 걷다 보면 영업을 계속하는 은행도 보였다. 카지노에선 중국인 관광객이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거나 중국으로 송금하는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었다.



나선과 더불어 중국의 육로 창구인 신의주에선 압록강변에 북·중 합작의 새로운 관광지구가 완성돼 7월부터 서비스를 하고 있다. 6월 말에는 신의주 맞은편 중국 단둥(丹東)시에서 북한과의 무역 촉진을 위한 ‘무역구’의 시험 운용이 시작됐다. 북·중 경제 관계는 통계상 복원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1~6월 북·중 무역은 지난해와 거의 같다. 3월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는 철광석과 항공연료를 포함한 정제유를 금수 대상으로 했지만 6월 들어선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한 대학교수는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는 북·중 경제에 대해 “양국 국내 정치의 요인이 크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북·중 공동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2013년 말 처형된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이 주도했던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많다고 한다. 압록강 황금평이 대표적인 예로 북·중 공동관리위원회의 건물이 거의 완성됐지만 사업은 중단됐다. 나선 시내의 공동관리위원회 건물도 완공은 됐지만 인테리어는 돼 있지 않았다.



북·중 관계는 국제 관계의 측면과 전통적 양자관계의 측면이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내정이 밀접하게 얽힌 다중 구조다. 양국 관계 자체도 당·정부·군 관계가 겹쳐 있고 중앙과 지방의 생각 차이도 있다. 최근 북한 외교관 망명 등으로 체제의 동요와 엘리트층 균열이 지적되고 있지만 각지를 돌아보면 오랜 경제난 속에서 길러진 북한 사회의 끈질김과 내구성도 느끼게 된다. 앞으로 대북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구조와 북·중 관계에 대한 보다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주인 아쓰시(伊集院敦)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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