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환경 등 인류 위기 극복하려면 우주시민 의식 필요

중앙선데이 2016.10.02 01:12 499호 12면 지면보기

정진영 기자



과학은 인류 번영을 위해 여러 방식으로 봉사한다. 연구에 그치지 않고 과학운동이 필요할 때도 있다. 헝가리 피아니스트 출신 과학철학자 어빈 라슬로는 과학을 지구 살리기 운동, 영성과 접목했다.


한국 온 어빈 라슬로 부다페스트클럽 회장

1993년 문화·예술·사상계의 거목들을 명예회원으로 하는 ‘부다페스트클럽’을 창립해 글로벌 문화의식의 함양을 위해 노력했다. 신학자 한스 큉, 플루티스트 장피에르 랑팔, 데즈먼드 투투 남아공 성공회 대주교, 달라이 라마,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바이얼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그리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6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등 총 60여 명의 문화계 리더들이 참여하고 있다. 철학과 과학 및 미래학 등 다양한 분과를 가로지르는 라슬로는 90권의 책을 저술했다. 우리말로는 『비전 2020』 『시스템 철학론』 『인류의 내적 한계』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가 번역됐다. 2004, 2005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그가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21~23일 유엔 제정 세계 평화의 날 35주년 기념 ‘피스 바 페스티벌2016(Peace Bar Festival)’에 참가한 데 이어 23일에는 경희대와 (재)플라톤아카데미(www.platonacademy.org)가 공동 주최한 문명 전환 강좌 시리즈 ‘세계 지성에게 묻는다-문명 전환과 아시아의 미래’의 연사로 나섰다. 강연에서 그는 환경오염, 불평등 같은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미래는 서로 얽혀 있다는 우주시민 의식을 가지며 스스로 의식의 진화를 이뤄야만 지구 문명이 지속가능해진다”는 요지다.



강연 직전에 그를 인터뷰했다.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내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다. ‘내가 하는 일을 내가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다. 내 미션은 내가 가진 과학과 철학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더 나은 인간 세상을 만드는 데 공헌하는 것이다.”



-당신의 주된 주장은 우주가 일종의 ‘정보 아카이브(archive, 기록저장소)’라는 것인가. “그렇다. 세계는 메커니즘이나 기계가 아니다. 세계는 의식을 지닌 살아 있는 체계에 가깝다.”



-그러한 우주·세계 속의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화(harmony)를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진화, 자연의 리듬과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실패나 불행은 우리가 우주로부터 단절됐기 때문인가. “그렇다. 우리가 우주와 조화로운 상태에 놓인다는 것은 우리가 자연·사회·타인과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그런 조화를 이룬 사람들은 더 큰 만족감·행복감을 느낀다. 그게 우리의 본성이다. 우리 본성은 진화하는 것이다. 진화는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진화 속에서 우리의 자리를 발견하면 우리의 의식이 건강해진다.”



-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리 의식·마음은 진화한다. 나는 불연속적(discontinuous)인 몸의 진화와 달리 의식의 진화가 연속적(continuous)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닌 의식은 자연의 일부, 우주의 일부다. 우주의 목적은 우리 의식의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아니면 진화는 스스로 ‘자동적’으로 진행되는가. “우리에게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자유를 향유한다.”



-우주가 곧 신(神)인가. 당신의 사상 체계에서 신은 필요 없는가. “적어도 ‘아브라함의 종교’라 불리는 서구 종교에서 신은 초월적이다. 우주를 넘어서는 존재다. 내 개념으로는 신은 우주에 내재하는 우주의 일부다.”



-진화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열반(涅槃, nirvana)이다. 합일(合一, union)이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와 열반의 세계 사이에 거대한 간격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그러한 간격은 ‘최근’에 생긴 것이다. 지구 위 생명의 역사는 40억 년 이상이지만 인간의 문화적 진화는 아마도 3만 년에 불과하다. 간격이 생긴 것은 300년 전부터다. 그때부터 우주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오해가 시작돼 우리가 우주라는 ‘기계’를 지배하고 작동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그때부터 우리는 조화를 상실했다.”



-조화에 대한 당신의 강조는 유교를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또 도(道)와도 상통한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는. “종교적 직관·직감은 과학적·경험적으로 봐도 옳다는 게 현대과학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의 직관·직감은 모두 같다.”



-당신은 종교의 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과학을 통해 현실의 궁극적인 본질을 찾다 보니 내가 내린 결론이 종교, 전통적인 영성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당신은 낙관적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낙관적이다. 인류가 어떤 ‘붕괴’를 체험하더라도 그 붕괴는 최종적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능한(possibilistic) 미래가 있다. 진화의 결과가 막다른 길(dead end)일 수 있다. 멸종의 시기도 있다. 하지만 생명은 다시 일어나 다시 시작한다. 생명은 모든 가능한 진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우리로 하여금 변화를 요구한다. 기후변화는 변화를 향한 추동력·자극이다.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다.”



-중앙SUNDAY 독자들에게 강조할 게 있다면. “깨어나 하나가 되라는 것이다. 자연·우주·타인과 하나가 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하모니를 이룰 길을 찾는 데에 우리의 미래, 긍정적인 미래가 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