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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루쿠쿠 팔로마’의 깊은 울림 다시 선봬

중앙선데이 2016.10.02 00:42 499호 6면 지면보기
음악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남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o·74)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벨로주 역시 그에게서 영향받은 이름이라고 한다. 얼마 전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브라질의 음악가이자 전 문화부 장관인, 같은 시대에 거대한 움직임을 함께 해온 지우베르투 지우(Gilberto Gil)와 함께 인상 깊은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만큼 브라질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이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음악가 그 이상으로, 브라질 대중문화에 있어 위대한 존재다. 월드 뮤직 팬에게도, 재즈 음악 팬에게도, 카에타누 벨로주라는 이름은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을 떠올리게 할 만큼 감동적이다. 그의 음악은 그윽하면서도 섬세하다. 무엇보다 음악이 주는 울림에 강한 힘이 있다. 영화 ‘그녀에게’를 본 사람이라면 ‘쿠쿠루쿠쿠 팔로마(Cucurucucu Paloma)’를 직접 부르는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의미 자체로도 상징적이지만, 삼바나 보사노바와 같은 브라질 음악을 기반으로 탱고, 레게는 물론 심지어 브라질을 식민 지배했던 포르투갈의 파두 음악까지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다는 점도 그가 가진 업적 중 하나다. 그는 음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브라질 음악과 브라질 밖의 음악을 선구자적으로, 개방적으로 받아들였다. 1960년대에 음악을 시작한 그는 당시에도 기존 브라질 음악에 록앤롤, 아방가르드 등 북미의 음악적 형태를 섞으면서 브라질의 대중음악을 세련되게 발전시킨 공로가 있다. 커리어의 처음부터 지금까지에 걸쳐 작품성과 의미, 예술성과 시의성을 모두 채운 예술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자라섬 오는 브라질 음악의 거장 카에타누 벨로주

그는 1960년대부터 70년대 초반까지 군사 독재라는 암울한 시기의 브라질에서, ‘트로피칼리스모’ 운동을 통해 브라질 대중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음악을 넘어 다른 형태의 예술까지 전반적으로 발전시켰고 그 안에 사회 비판적 의미와 표현도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트로피칼리스모 운동은 브라질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사건이자 기점이며, 이 운동 이후로 브라질의 대중문화는 그 성격이 크게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카에타누 벨로주다.



이후 그는 결국 국외로 추방을 당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망명을 기회 삼아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다. 나중에 브라질에 돌아와서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았던 것이다. 덕분에 그의 음악은 시간이 지나며 해외에서도 알려지게 됐다. 북미, 유럽 지역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2004년 발표한 ‘어 포린 사운드(A Foreign Sound)’에서는 너바나(Nirvana), 콜 포터(Cole Porter) 등 북미 음악을 자신의 음악 세계에서 재해석해내기도 했다.



그는 2000년 ‘리브로(Livro)’라는 앨범으로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월드 뮤직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 물론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꾸준히 상을 받았다. 그는 단순히 과거의 경력이나 업적 때문에 상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훌륭한 음악을 창작해내고 공연 활동도 왕성하게 하는 만큼 현재의 시점에서도 뛰어난 사람이라는 점에서, 매번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는 위대한 예술가라고 불릴 만하다.



많은 음악 팬들에게는 그 이름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주는 그가 이번에 한국을 찾는다. 3일 오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재즈 아일랜드 스테이지에서 그가 가진 깊이와 진한 매력을 선보이며 자라섬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예정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그는 이번에 테레사 크리스티나라는 브라질 여성 싱어의 오프닝을 함께 선보인다. 관객들은 브라질 음악의 색다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다. ●



 



 



글 박준우 재즈평론가 blucshak@gmail.com 사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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