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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미술로 들어온 수학

중앙선데이 2016.10.02 00:18 499호 32면 지면보기

저자: 이한진 출판사: 컬처룩 가격: 1만8000원



일상에서 수학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숱한 ‘수포자’들의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책이다. 기하학을 통해 수학과 예술이 어떻게 만나왔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포항공대 수학과 출신으로 현재 한동대 글로벌리더십 학부 수학 전공 교수인 저자의 말에 따르면, 수학과 예술만큼 가까운 분야도 없다. “두 분야 모두 고도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소나타와 교향곡, 시와 소설 등의 예술이 추구하는 ‘구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는 수학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수학은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가』

책은 수학이란 학문의 본질부터 꼼꼼히 짚는다. 수학은 인류의 문명과 함께 시작된 학문이며, 실용적인 목적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수학이 사회적 필요를 떠나 존재한 적은 없다”고 단언했다.



수학의 탄생과 발전은 농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온도 변화와 우기ㆍ건기의 시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을 알아챈 인류는 정확한 달력을 만들기 위해 천문 관측과 산술 계산법을 발달시켰다. 또 강한 왕권 사회에서는 대규모 건설ㆍ토목 사업을 하기 위해 측량이 필요했는데, 이는 오늘날 기하학의 모태가 되는 지식의 발달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고대 문명의 발생지인 이집트나 바빌론, 중국과 인도 모두 기하학에 대한 실용적인 지식을 갖게 됐다. 논증적인 과학으로서의 기하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고, 그 지식을 집대성한 것이 유클리드의 『원론』이다. 유클리드는 BC 3세기경 활약한 그리스 수학자로, 『원론』에서 피타고라스 정리를 비롯한 수학적 명제 465개를 증명했다.



기하학이 예술에 응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건축물이다. 특히 12세기 등장한 고딕 양식 성당의 건축 미학은 수학적 법칙 안에서 구현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삼엽형(꽃잎 수가 세 개인 꽃 모양)ㆍ사엽형ㆍ오엽형 등 창의 잎새김 장식과 끝이 뾰족하게 치솟은 첨두형 아치는 유클리드 기학학을 이용해 자와 컴퍼스만으로 작도할 수 있다.



‘1대 1.618’을 의미하는 ‘황금분할’ 비율도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수학이다. 이상적 직사각형, 즉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직사각형을 뜻하는 ‘황금 직사각형’ 그리는 법에 대해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렇게 정의했다. 주어진 선분 AB 위에 점 E를 찍어, 선분들의 길이의 비가 AB:AE=AE:EB가 되도록 한다. 그리고 선분 AB를 가로로 해서 높이가 AE인 직사각형을 그려, 직사각형 ABCD를 만든다. 이 직사각형이 바로 황금 직사각형인데, 이 사각형 속에 있는 직사각형 EBCF와 닮은 사각형이 된다. 과연 점E를 어디에 찍어야 황금 직사각형이 되는지는 중학생 수준의 수학 실력으로도 충분히 구해낼 수 있다. 선분 AE의 길이를 a, 선분 EB의 길이를 b로 놓은 뒤, 닮은 사각형임을 응용해 (a+b):a=a:b라는 식을 만들고 a/b의 비율을 구하면 된다. 결과는 ‘1.61803’. 황금분할을 만들어내는 ‘황금수’다(글자를 읽는 것만으로는 호락호락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좀 수고스럽더라도 펜을 들어 그림을 그려보고 비례식과 이차방정식을 풀어본다면, 수학의 재미가 와락 쏟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황금비율의 응용은 무궁무진하다. 피라미드와 파르테논 신전, 밀로의 비너스상과 조르주 쇠라의 ‘아스니에르의 물놀이’ 등이 황금비율을 통해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책은 저자가 한동대에서 수년간 강의해온 교양강좌 ‘수학과 문명’을 토대로 썼다고 한다. “수학을 어려워하고 부담을 갖는 학생들, 특히 디자인ㆍ건축ㆍ미디어 등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역사적으로 많은 예술가가 기하학에서 영감을 받아 방법론 등을 발견한 예를 보여 주어 수학에 흥미를 갖게 하고자 했다”는 게 기획 의도다. 융합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인에게도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수학은 결코 고립된 주제가 아니라는 것, 늘 우리 삶 속 가까이 있어왔다는 깨달음이다.



 



 



글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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