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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팀 버튼의 판타지 월드 비주얼이 좋거나 스토리가 아쉽거나

중앙일보 2016.10.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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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스틸컷]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원제 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9월 28일 개봉, 이하 ‘미스 페레그린’)은 팀 버튼 감독의 스타일이 또렷한 영화다. 전작 ‘빅 아이즈’(2014)에서 인물의 심리 묘사에 집중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던 버튼 감독.

소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랜섬 릭스 지음, 폴라북스) 1부가 원작인 ‘미스 페레그린’에서는 다시 그만의 동화적 상상력을 펼쳐 보였다.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 나눈 버튼 감독 그리고 미국 LA에서 직접 만난 새뮤얼 L 잭슨 인터뷰를 녹여, 이 영화의 장단점을 두루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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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감독.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는 역시 압도적이다.

‘미스 페레그린’은 열여섯 살 제이크(아사 버터필드)가 할아버지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목격하며 시작한다. 할아버지 유언에 따라, 1940년대 그가 살았던 영국 웨일스의 외딴 섬에 있는 어린이집을 찾은 제이크. 그곳에는 공기보다 가벼운 소녀 엠마(엘라 퍼넬),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에녹(핀레이 맥밀란), 식물을 자유자재로 성장시키는 소녀 피오나(조지아 팸버튼) 등 놀라운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살고 있다.

시간을 지배할 뿐 아니라 송골매로 변신하는 미스 페레그린(에바 그린)은 이들의 든든한 보호자다. 판타지 특성이 두드러지는 원작 설정은, 팀 버튼 감독의 손을 거쳐 기이하고 아름다운 비주얼로 탄생했다. 특히 괴상하리만큼 독특한 아이들이 능력을 선보이는 대목에는 그만의 동화적 정서가 응축돼 있다.

더불어 눈여겨볼 것은 환상적 비주얼에 재기 발랄한 액션을 덧댄 장면들. 아이들의 눈을 파먹으려는 악당 바론(새뮤얼 L 잭슨) 일당과의 대결 장면은, 잔혹 동화 분위기에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튀어나온 치아와 괴상한 눈을 가진 바론의 모습도 흥미롭다. 잭슨은 “버튼 감독이 보여 준 이미지 그대로 분장했다. 촬영 시작 한 달 전부터 치아 모형을 끼운 채 대사를 연습했다. 하지만 콘택트렌즈는 3시간 이상 착용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 할로게스트는 마이크 존슨 감독과 함께 연출한 ‘유령신부’(2005), 버튼 감독이 원안과 캐릭터를 만든 ‘크리스마스 악몽’(1993, 헨리 셀릭 감독) 속 괴수 이미지를 적극 차용한 듯하다. 버튼 감독의 인장이 또렷한 이미지인 셈. 버튼 감독은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히 섞은 아름다운 현대판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 여러 고전에서 영감받아 캐릭터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타임 루프 설정을 다소 헐겁게 풀어낸 이야기가 아쉽다.

비주얼이 이야기를 앞질러, 극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건 버튼 감독의 고질적 단점. ‘미스 페레그린’도 마찬가지다. 극 중 아이들은 1943년의 어느 날을 살고 있다. 나치에게 폭격당하기 전날이 무한 반복되는 것이다. 이 ‘타임 루프’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스 페레그린이 만든 것. 타임 루프 설정은 극 중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중요한 토대이며, 더 나아가 원작 소설 2·3부에서 주인공이 펼칠 모험을 가능케 하는 장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것에 대해 대사로 눙쳐 버린다. 플래시백 등 영화적 장치를 활용해 이 설정을 치밀하게 구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버튼 감독은 “나 스스로 ‘시간’이라는 기술적 장치에 밝지 못해, 정서적 부분을 더 고려했다.

오랜 시간 하루를 반복해 사는 아이들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원작 소설 전반에 드러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휘발된 것. 아이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별종’으로 살아가고, 바론은 자신의 ‘인간성’을 되찾기 위해 이들을 살육하려 한다.

이는 판타지를 넘어 당시 제국주의의 탐욕과 잔혹함을 꼬집는 원작의 빼어난 설정이다. 하지만 ‘미스 페레그린’에서는 의도적으로 전쟁의 그림자를 지운 인상이다. 보는 동안 눈은 끊임없이 즐겁지만, 결말에 이르러 다소 공허한 기분이 드는 건 그 때문 아닐까.

김나현 기자, LA=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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