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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강연 끊고 검사장은 술 끊고 수업 불참 논란에 기업선 채용 늦춰

중앙일보 2016.10.01 00:54 종합 6면 지면보기
“김영란법 때문에 못합니다.”

김영란법 시행 사흘째 표정

부모를 대상으로 한 자녀 교육법 강의로 유명한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대전과 천안·인천 등에서 “부모교육 관련 세미나에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을 세 차례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신 교수는 “지역 강연을 가려면 차비와 시간이 만만찮게 들고 강연 준비에 드는 노력도 적지 않은데 김영란법에서 제한한 20만원대 강연료를 받고 하기엔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교 사회과학대학 A교수 역시 최근 외부 강연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10월 예정돼 있던 강연 3건도 취소했다.

대학교수들 사이에선 ‘3·5·10(식사·선물·경조사비)’ 규정보다 오히려 ‘김영란법 제10조(외부 강의 등의 사례금 수수 제한)’가 더 자주 대화 주제로 오르내린다. 이에 따르면 공무원인 국립대 평교수나 공직유관단체인 서울대·KAIST의 조교수 이하는 강연료가 20만원으로 제한된다. KAIST의 이모 교수는 “국내 대기업 내부 모임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는데 ‘강연료를 김영란법에 따라 줄 수밖에 없다’는 e메일을 받았다. 서울까지 가서 강연하면 하루 다 걸리는데 앞으론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형평성도 논란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서모 교수는 “예전에 해외 유명 교수 강연이 취소돼 대신 갔는데 그 교수가 받기로 한 강연료가 1000만원 이상이라서 나는 그에 맞춰 700만원을 받았다. 요즘이라면 그 교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강연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사 일정, 구내식당 구조도 바꾼 김영란법
김영란법 시행 첫날(28일) 권익위에 접수된 첫 신고는 한 대학생이 “취업한 졸업 예정자의 수업 불참을 학교 측이 묵인해 주고 있는 것은 부정청탁”이라는 건이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일부 대학은 학칙 개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섰고 기업은 채용 일정까지 조정하고 있다. NS홈쇼핑은 오는 11월 입사 예정으로 진행하려던 채용 일정을 내년 1월 입사로 바꿨다. 지원자들의 취업계 제출이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시는 시청 지하 1층 구내식당에 64석 규모의 회의실을 마련하고 여기서 오찬 겸 회의를 열기로 했다. 외부 식당은 1인분이 2만원대지만 구내식당은 3500원(일반인 3800원)으로 저렴하다.
 
◆서초동 법조타운 덮친 김영란법 주의보
판검사들의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법조계 사정도 심각하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검사장은 최근 술을 끊었다. 저녁 약속 자리는 10시 전에 마치고 귀가한다. 그는 “술을 곁들이면 식사 비용이 늘고 의도치 않게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30일 예정돼 있던 대학생 블로거 기자단과의 회식 장소를 변경했다. 1인당 3만8000원짜리 고깃집으로 정하려다 혹시 모를 상황을 우려해 1인당 1만원대의 전골집으로 바꾼 것이다.

전민희·윤정민·김선미·김나한·송승환 기자 부천=최모란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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