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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지난 자살보험금 2465억…대법 “안 줘도 된다” 금감원은 “줘야”

중앙일보 2016.10.01 00:51 종합 8면 지면보기
“약관을 통한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30일 대법원 판결에도 금융감독원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보험사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대한 행정제재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약관 안 지키면 행정제재”
보험사들 재판 이기고도 눈치 봐

이날 대법원 민사3부(대법관 박병대)는 교보생명이 계약자 한모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자살보험금 논란을 둘러싸고 관심이 쏠린 판결이었다.

이번 판결로 교보생명을 포함한 생명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한 법적 의무를 벗었다. 하지만 보험사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금감원의 생각이 다르다는 게 변수다. 애초에 보험사가 약관을 제대로 지켰다면 자살보험금 논란이 빚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시각이다.

이 문제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동아생명(현 KDB생명)은 재해사망특약이 담긴 상품을 처음 판매했다. 다른 보험사는 이를 베낀 상품을 속속 내놨다. 이후 보험 가입자가 자살하자 보험사들은 “자살은 재해가 아니고 약관은 실수”라며 재해사망보험금의 2분의 1~3분의 1에 불과한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자살한 가입자의 유족들은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족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금감원은 지난 5월 “보험금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소멸시효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이 남았다”며 지급을 유보했다. 이에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교보생명 등 7개 사에 대해 차례로 현장검사를 하고 있다.

향후 이런 압박 강도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NG생명·신한생명 등 7개 사는 이날 판결 이전에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런 만큼 보험사들도 ‘눈치 보기’ 모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14개 보험사가 덜 지급한 자살보험금은 2465억원(지연이자 포함)이다.

정치권 및 여론의 향배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기간 연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하겠다고 밝혔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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