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남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검찰비리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진경준 사건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검찰 비위에 무거운 책임 묻겠다”
전국 검사·수사관들 청렴서약식
대법, 김수천 판사 정직 1년 중징계
오전 10시 대검 청사 대강당으로 입장하는 김 총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검사·수사관 등이 청렴서약식을 하는 자리였다. 김 총장은 미리 준비한 ‘당부 말씀’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정의로운 검찰을 바라는 국민들께 실망을 안겼다”는 대목에서 목이 잠겨 말을 멈췄다. 한 차례 목을 가다듬고는 “검찰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공정과 청렴은 우리 검찰 조직의 존립 기반”이라며 “공정하지 않으면 옳은 판단을 할 수 없고 청렴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선 “(검찰) 스스로 이 법을 철저히 지키고 법 집행에 있어서도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한시대 형주자사 양진(楊震)이 밤에 은밀히 사례금을 제공받고 이를 거절한 ‘사지(四知)’의 고사를 인용했다. “하늘이 알고(天知) 신이 알고(神知) 내가 알고(我知) 그대가 안다(子知)”는 것이다. 김 총장은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비밀이 없어서 청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청렴해야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회식이나 사교에서도 검약과 절제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마당발식의 불필요한 교류는 자제하고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과는 투명하고 당당하게 교류해달라”고 말했다. 또 “청탁금지법 관련 비위 행위에 대한 엄정한 징계 기준을 마련해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서약식 분위기는 무겁고 침통했다. 김 총장뿐 아니라 검사·수사관들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지난달 29일 새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영향도 있는 듯했다. 대검의 한 검사는 “추석 때 친지들이 ‘진짜 검사들은 스폰서가 다 있느냐’고 묻는데 부끄러워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다른 검사는 “윗선의 지시는 없었지만 알아서들 몸을 낮추고 있다. 김영란법까지 시행된 상황이라 ‘혹시나 검사나 수사관이 이번에 걸리면 그도 죽고 조직도 죽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김수천 부장판사 징계위원회 열려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김수천(57·구속)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선 판사로선 최고 수위의 징계인 정직 1년 결정이 내려졌다. 법관에 대한 징계 종류에는 해임과 파면이 없다. 신분 보장 차원에서다. 정직 기간 동안 김 부장판사에겐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면직 처리되고 연금도 박탈당한다. 형 집행 완료 후 5년간은 변호사 개업도 할 수 없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사건 청탁 명목으로 레인지로버 차량 1대와 현금 등 1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계가 청구됐다.
사진=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