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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이번엔 킹 메이커 안 해…박 대통령과 멀어져 지지율 하락

중앙일보 2016.10.01 00:16 종합 16면 지면보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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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게 기회가 온다면 분권형 개헌 이후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일치하도록 대통령 임기를 2년 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개헌 논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해야 한다고 나서는 게 최선”이라며 “노동개혁법 등을 다 내놓고 개헌이랑 바꾸는 딜도 못할 일(이유)이 없다. 그게 정치”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그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못한다면 차기 대선후보들이 구체적으로 개헌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며 “내게 기회가 온다면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2년 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동안 그는 “그게 정치지…”라는 말을 4~5차례나 했다. 노동개혁법안과 개헌 논의의 빅딜 가능성을 언급할 때도, 꽉 막힌 정국의 해법을 제시할 때도 그랬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이후 국회가 꽉 막혀 있다.
“정세균 의장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빨리 여당에 명분을 줘야 한다. 그게 정치다.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면 된다.”
지난 8월 지인들과 함께 백두산을 다녀왔다는데.
“백두산은 민족의 성지이니 큰일을 앞두고 내 마음의 결심을 천지신명께 고하고 부탁드리는 마음으로 갔다. 20년 전 초선 의원 때는 비구름 때문에 천지를 못 봤다. 이번엔 날씨가 좋아 두 시간 동안 넋을 놓고 봤다.”
‘큰일’은 대선을 말하는 건가. 공식 출마선언은.
“아직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 고민이 더 필요하다.”
김 전 대표가 대선에 직접 나서기보다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킹 메이커는 안 한다.”
개헌론이 뜨겁지만 대선 전 개헌은 어려워 보인다.
“최선은 박 대통령이 ‘내가 대통령이 된 뒤 정말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보려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진 노력했는데 야당의 극한 반대 때문에 정말 제대로 일할 수 없었다. 현재 국가의 틀 가지곤 안 된다. 그러니 여야 간 극한 대립 구도를 없앨 수 있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반대하는데.
“과거엔 박 대통령도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대통령이 관심 갖고 추진한다고 하면 무조건 (야당이) 반대해 버리니까 안 하는 거다. 노동관계법·경제입법 다 내놓고 개헌이랑 바꾸자 해도 되지, 못할 일이 뭐 있나. 내가 볼 땐 개헌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대선 출마 때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 생각은.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못하겠다고 하면 차기 후보들이 개헌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2년 반 단축을 선언할 것이다. (지금 제도로) 아무것도 못하는 대통령을 10년 하면 뭐하겠나.”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나.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에 동의하면 모두 타협해 혼합해야 한다. 내각제냐, 이원집정부제냐 누구 하나 고집 피우면 또 깨진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극한 대립이 없는 연정의 시대로 가야 한다. DJP(김대중·김종필)도 연정 한 거 아니냐. JP를 좌파로 보는 사람은 없으니 좌우 연정이다. 지금을 우파 정권 10년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현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때 해온 것을 전부 부정하고 감사원이 감사하고 난리지 않나. 누가 집권하든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갈 수 있게 유지하는 게 연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처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현재의 시대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격차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분노의 시대에 진입했다. 격차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진 자들의 탐욕을 줄여야 한다. 대기업 집단의 문어발식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아야 한다. 문어발 확장은 (대주주인) 국민연금에서 개입해 싹 팔아버려야 한다.”
시대 과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리더십은 뭔가.
“사회 불공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난 그건 자신 있다. 지도자는 절대로 사심이 없어야 한다. 지난 총선 때 나는 비례대표를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날 도왔던 과거 동지들에게서 ‘의리 없다’는 비판을 엄청 듣고 있지만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당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이정현 대표의 ‘슈스케(슈퍼스타K 경연 방식)’ 경선이 반 총장 영입을 위해서란 시각이 있다.
“경선은 현재 당헌·당규의 룰대로 해야 한다. 그 룰 속에서 슈스케 방식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거고 룰을 손대는 건 안 된다.”
총선 전까지 대선 지지도 1위를 달리다 추락했다. 총선 당시의 공천 파동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후회는 없나.
“후회 안 한다. 30주 넘게 1위를 하다 형편없는 지지율로 떨어졌지만…. (오픈 프라이머리는) 혼자서 한 게 아니라 당론이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박계와의 충돌 때) 왜 무력하게 바보 짓을 했느냐고 욕을 많이 먹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새누리당은 집단지도 체제다. ‘7대 2’ 수적 열세에서 무조건 표결하자는데, 어떻게 하나. 그래도 253개 지역구 중 87.53%는 경선을 거쳤다.”
 
떨어진 지지율이 올라갈 거라고 기대하나.
“박 대통령 지지층과 김무성 지지층이 많이 겹쳐 있다. 그 지지층에서 나에 대한 지지가 많이 빠져나갔다. 대통령과의 관계가 안 좋다고 해대니…. 본격적인 경쟁이 붙으면 내가 넘어야 할 벽이니까….”
“반기문과 서로 존중, 문재인은 더민주 후보 된 거나 다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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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左), 문재인(右)

김무성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서로 잘 알고 존중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 총장을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했다고 보도된 데 대해 “‘제발 반 총장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그대로 놔두자. 자꾸 국내 정치랑 연결하니 (미국) 언론 평이 안 좋다’고 좋은 취지로 말했는데 싸움을 붙이니 말을 안 해야겠다”고 하면서다. “반 총장과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의전비서관일 때부터 서로 오래 잘 알고 지냈고 지난해 7월 말 미국을 갔을 때도 만났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개헌 나서는 게 최선
노동개혁법 내놓고 딜 못할 일 없어
정세균 의장 사과·재발 방지 약속
여당에 빨리 명분 줘야 국회 풀려


김 의원은 “더민주 대선후보는 문재인으로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의원이 더민주를 나온 이유가 뭐겠느냐. 이 구조 속에 도저히 안 된다고 생각하니 나온 거고 문(재인)도 나가라니 나온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경남중 1년 후배인 문 전 대표에 대해 “참 좋은 사람”이라며 “(여야 대표로)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었지만 인간적으론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문 전 대표를 한 번도 욕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당 대표-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유승민 의원에 대해 “나와 인연이 매우 깊고 좋은 사람”이라며 “아주 똑똑하고 소신 있고 다 좋다고 보는데 타협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이 청와대와 갈등할 때 나랑 깊은 대화를 많이 했다. ‘네가 이번엔 (대통령에게) 양보하고 한 번 져라’고 설득했지만 ‘못 지겠다’고 해서 그때는 좀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이 2005년 10월 대구 동을 17대 재선거에서 처음 당선될 때 공천을 했던 사무총장이었다. 지난 4·13 총선 때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공천하려 하자 소위 ‘옥새파동’을 일으키며 무공천 지역으로 남겼다.

정효식 기자

글=서승욱·채윤경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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