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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수렵시대, 폭력은 나쁜 짓이 아니었다

중앙일보 2016.10.01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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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의 탄생
이언 모리스 지음

수렵→ 농경→ 화석연료 사회 순으로
역사를 에너지 획득방식 따라 구분
각 시대 인류 가치관 정하는 건
‘야수 같은 물질의 힘’이라 주장

이재경 옮김, 반니
480쪽, 2만2000원

x→y. 종속변수→독립변수. 원인→결과. 이런 관계를 따지는 게 학문이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2010)로 유명한 이언 모리스 스탠퍼드대 석좌교수(역사학·고고학·인류학·고전학)의 신간에서 y는 인간의 ‘가치체계(value system)’다. x는 ‘에너지 획득(energy capture)’ 방식. 그는 인간의 에너지 획득 방식을 ‘야수 같은 물질의 힘’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설명한다. 에너지 획득 방식(수렵·농업·화석연료)은 사회에 필요한 가치들을 결정하거나 최소한 한정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사회·시대가 바뀌면 사람에게 필요한 것도 바뀐다. 바뀌는 것 중에는 가치체계도 포함된다. 가치관에 충실한 사람과 집단은 번성한다. 어긋나게 행동하면 쇠퇴한다.

모리스 교수의 주장을 단계론으로 정리할 수도 있겠다. 그는 오귀스트 콩트(1798~1857), 카를 마르크스(1818~83), 월트 휘트먼 로스토(1916~2003)의 전통에서 역사 발전의 단계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 사회는 10만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수렵 사회(1만1000년 전까지)→농경 사회→화석연료 사회(200년 전부터)의 순서로 이행했다. 이 3단계를 거치며 인간의 칼로리 소비는 일인당 하루 평균 5000~1만 칼로리→1~3만 칼로리→5만~20만 칼로리로 계속 증가했다.

칼로리 섭취량은 선형적(線型的)으로 변화했지만, 가치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부침이 있었다. 가치 중에서도 평등과 폭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수렵사회는 평등·폭력, 농경 사회는 불평등·비폭력, 화석연료 사회에서는 평등·비폭력이 중시됐다. 수렵사회는 모든 사람들이 가난하지만(하루 ‘생활비’가 오늘날의 1달러 10센트에 해당) 평등했다. 폭력은 정당했다(인구의 10%가 폭력으로 사망). 농업 사회 사람들은 더 부유하게 됐지만(하루 1달러50센트~2달러 20센트) 계급사회의 출현으로 불평등이 증가했다. 군주와 노예가 등장했다. 대신 폭력으로 인한 사망은 인구의 5% 정도로 줄었다. 화석연료 사회는 더욱 부유하게 됐고(하루 25달러) 다시금 평등을 중시한다. 폭력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은 0.7%다. 비록 잘 지켜지지 않더라도 비폭력은 국제관계에서도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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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류의 발전 과정을 에너지 획득 방식에 따라 수렵채집과 농경, 화석연료의 연속적 3단계로 나눈다. 이집트 벽화의 농경 모습. [중앙포토]

저자는 시대마다 바뀌는 것은 가치 자체라기보다는 가치에 대한 해석이라고 본다. 공정성, 정의, 충성심, 존경심, 위해 방지, 신성한 것에 대한 합의와 같은 가치는 고정이다. 이들 가치는 수백만 년 동안 전개된 생물학적인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모리스 교수는 다양한 데이터와 그래프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군데군데 유머감각을 발휘하기 때문에 너무 긴장하고 읽으면 유머를 놓친다. 책의 마지막 장은 “나의 견해는 언제나 옳다”이다.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1907), 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1961) 등 수많은 명저들이 강의를 계기로 출반됐다. 『가치관의 탄생』의 뿌리는 모리스 교수가 2012년 11월 프린스턴대에서 행한 ‘인간 가치관에 대한 태너 강연’이다. 이 책의 역자는 이재경 번역가다. 번역에 대한 그의 이해는 ‘번역이야말로 세상 여기저기서 듣고 배운 것들을 전방위로 활용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다음 세대는 더 폭력적…2082년부터 가치관 확 바뀔 것”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원인·결과 한 쌍을 발견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모리스 교수에게 원인은 ‘에너지 획득’ 방식이다. 원인이 바뀌면 결과도 바뀐다. 농업이 수렵을, 화석연료가 농업을 밀어냈듯이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신에너지 개발은 화석연료 시대를 종료시킬 것이다. 저자의 전망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특히 다음 세대 사람들은 위계서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사회는 더 불안정해지고 폭력적이 될 것이다. 하지만 2082년부터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돼 다음 세기에는 인간의 가치체계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띌 것이다. 2116년을 사는 후세 사람들은 틀림없이 우리를 ‘후진적’이라고 볼 것이다.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은 앞으로 전개될 혁명에 비하면 혁명도 아니다. 앞으로 100년 동안 벌어질 변화는 지난 10만 년 동안의 변화보다 훨씬 광범위할 것이라고 모리스 교수는 예측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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