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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덤의 문화’로 미화되는 ‘거지 마음’ 인식하기

중앙일보 2016.10.01 00:01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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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소설가

개인적으로 ‘덤의 문화’는 시장 상인들이 고안한 소박한 마케팅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 줌 더 얹어주는 콩나물’을 누가 ‘넉넉한 인심, 넘치는 온정’이라 해석하기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덤의 문화를 미화하는 풍토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은 대중의 욕구에 맞춰 포인트 적립, 사은품 제공, 원플러스원 행사 등을 고안한다. 덤을 온정이라 여기는 이들은 포인트나 사은품 역시 특별 대접이나 배려로 인식한다. 적립 포인트를 낮추거나 포인트가 소멸되면 모욕당한 듯 분노한다. 마케팅 전략을 바꾸었을 뿐 줬던 사랑을 빼앗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존성은 우리가 유아기에 처음 배우는 심리 기능이고 스무 살 언저리까지 요긴하게 사용하는 생존법이다. 초기 양육자로부터 충분한 정서적 돌봄을 받으며 성장한 사람은 마음에 의존성이 남지 않는다. 자립적인 사람이 되어 자기 삶을 책임지며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그렇지 못한 사람 내면에는 의존성이 그대로 남아 성인이 된 후에도 지지하고 보살펴줄 대상을 찾아 사람들 사이를 떠돈다. ‘누군가가 내게 좋은 것을 거저 주기를’ 갈망하며 결핍감에 시달린다. 한 줌 더 얹어주는 콩나물을 온정이라 여기고 소수점 아래 포인트를 격려의 수치로 읽는다. 의존성을 벗지 못한 사람이 연인을 만나면 착취하거나 착취당하는 사랑을 하기 쉽다. 권력을 잡으면 타인이 증여하는 것들을 존경의 표시나 힘의 증표로 인식하고, 간혹 타인의 것을 강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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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사람들은 반드시 내면의 의존성을 알아차리는 지점을 통과한다. 자신의 불행과 결핍감이 의존성에서 비롯됐음을, 그동안 인생을 살아온 게 아니라 온정과 지지를 구걸하고 다녔음을 깨닫는다. 편한 사람들의 자리에서는 의존성을 ‘거지 마음’, 좋은 것을 외부에서 구하며 떠도는 사람을 ‘사랑의 거렁뱅이’라 부른다. ‘거지 마음’을 공략하는 마케팅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샘플 주지 말고 화장품 단가를 낮추었으면, 원플러스원 행사 말고 품질을 균등하게 유지했으면, 포인트 적립 말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정립했으면.”

우리 사회에 ‘주고받는 것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하는 법’이 생겼다. 구성원 개개인이 의존성을 벗고 자립과 자율의 삶을 연습하자는 제안처럼 들린다. 구성원이 저마다 주체적이고 책임감 있는 삶의 방식을 수용하게 된다면 그 제도는 우리 사회를 성장 변화의 길로 이끌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세계관이 뒤엎어지는 듯한 의식의 변화를 지나가야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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