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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투명과 불투명 사이

중앙일보 2016.09.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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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새 이름의 재단으로 통폐합하기로 했습니다. 하도 말이 많다 보니 둘 다 간판 떼고 새 출발 하겠다는 뜻입니다. 전경련은 경영효율, 책임성, 사업역량, 투명성을 두루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 설명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출발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급하게 수습하려는 인상을 줍니다. 야당은 계속 정권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업에게 ‘뜯어낸 돈’을 다 돌려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경련 표현을 빌자면 좋은 일 하려던 것이었는데, 참 난감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기업 하기도, 기업이 좋은 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롯데 소유의 성주골프장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지역으로 확정됐습니다. 군은 당초 성주의 성산포대를 최적지로 선정했다 주민 반발에 밀려 새 부지를 고른 것입니다. 국방부는 성산포대보다 성주골프장이 더 낫다고 설명합니다. 성산포대와 달리 기존 시설들을 활용할 수 있어 내년 상반기 조기 배치할 수 있다 합니다. 그럼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던 국방부 설명은 뭐였습니까. 그에 대한 해명이 빠져 있습니다. 국방부 스스로 말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새 부지를 찾은 이후에도 반발하는 주민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군 부대나 시설물은 엄중한 기밀인데 사드는 왜 배치 지역을 이렇게도 자세하게 드러내는지요. 투명해야 할 건 불투명하고, 가려야 할 건 투명하게 드러내고, 왠지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관련 기사
① 더민주, 미르재단 통폐합에 "전경련, 숨기고 싶은 기록 '세탁'하려 한다"
② 국방부 “사드, 성주골프장에 배치” 지자체·국회에 설명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동안 밖에선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독일의 대형은행인 도이치은행이 곧 쓰러지기라도 할 듯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위법 행위로 140억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되자 재정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입니다. 오늘 유럽증시에서 도이치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8%나 떨어진 9.94유로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유로존 발족 이후 최저치입니다. 감원·감배(減配) 등 자구노력으로 충분할지, 독일정부의 공적자금이 필요한지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 오늘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고, 장기 국채값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상승했습니다. 도이치은행이 리먼사태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냥 호들갑으로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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