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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뇌속 '사회적 기억저장소' 확인…다른 사람에 대한 기억 조작도 가능

중앙일보 2016.09.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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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쥐의 특정 행동이나 얼굴 패턴 등을 기억하는 쥐의 뇌속 기억영역이 확인됐다. 미국 MIT대 연구팀은 쥐의 뇌 해마 CA1 영역이 ‘사회적 기억저장소(social memories)’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을 통해서다. 사회적 기억저장소는 다른 쥐의 행동이나 생김새 등을 기억하는 영역을 말한다.

연구팀은 테스트용 생쥐 한 마리를 선정해 다른 생쥐와 2시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지내며 익숙하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테스트용 생쥐를 친숙한 생쥐와 서로 만난적이 없는 또 다른 생쥐와 함께 가뒀다. 일반적으로 생쥐는 처음 만나는 생쥐와 더 활발하게 소통한다.

이같은 환경을 조성한 연구팀은 테스트용 생쥐의 뇌속 CA1 부분에 특정 파장의 빛을 쪼여 뇌 속 다른 부위와 반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테스트용 생쥐는 다른 두 마리 생쥐와 활발하게 소통했다. 오쿠야마 데루히로 MIT 연구원은 “뇌의 특정 영역에 빛을 쪼여 상대적으로 익숙한 쥐에 대한 기억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실험을 통해 CA1 영역이 사회적 기억저장소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사회적 기억저장소를 확인한 것에 더해 이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기억 지우개가 가능함을 증명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조엘은 특별한 알약을 먹고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 연구팀은 광유전학을 통해 테스트용 생쥐의 사라진 기억을 되살렸다. 광유전학은 특정 단백질에 반응하는 빛을 단백질 반응을 활성화하는 학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오쿠야마 데루히로 연구원은 “기억을 변화시켜 특정 상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T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자폐증 원인 규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폐증은 옥시토신 호르몬 수용체 변형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 수용체는 뇌 속 CA1 표면에 많이 분포한다. 연구팀은 이런 변형이 사회적 기억저장소를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어 자폐증을 발병하게 만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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