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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여직원 숙직 동참’ 놓고 부산 남녀 공무원 갑론을박 하는데…

중앙일보 2016.09.30 00:57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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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우
내셔널부 기자

“여직원들도 숙직 같이 합시다.”

지난달 30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영도구지부 홈페이지에 여성 공무원의 숙직 동참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같은 동료로서 여직원도 숙직 동참하자. 여직원 비율이 높아지는데 남자들만 죽어난다”고 했다. “금·토요일 저녁만 (숙직)해줘도 남자 직원 숨통이 트인다. 말로만 양성평등 외치지 말고 함께 합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10일 금정구지부 홈페이지에는 반대의 글이 올라왔다. “밤에 여성이 숙직하면 아기는 누가 챙기느냐”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조회 수가 2000건이 넘었다. 다른 글에 비해 2~3배 많았다. 옥신각신하는 댓글만 28개 달렸다.

부산지역 공무원들이 여성공무원의 숙직 근무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부산 16개 구·군에선 2~3명의 남성 공무원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숙직 근무를 선다. 이들은 동물 사체 신고가 접수되면 치우는 등 야간 민원업무와 비상상황에 대비한다. 반면 여성 공무원은 주말·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황실 근무를 한다. 숙직 근무 대신이다.

문제는 공직 사회에 여성 공무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숙직 근무 주기가 짧아진 남성 공무원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 공무원 김모(46)씨는 “예전에는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숙직 근무를 섰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짧아져 힘들다”며 “그렇다고 대체휴가나 연차를 마음 놓고 쓰기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부산은 여성 공무원 비율이 37.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243개 기초자치단체의 여성공무원 비율 상위 10곳 중 8곳이 부산이 차지하는 것을 보면 남성 공무원들의 하소연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여성 공무원들도 할 말은 있다. 16년차 공무원 최모(47·여)씨는 “숙직 근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야간에 현장 업무를 맡게 되면 폭력 등 안전문제가 우려돼 걱정된다”고 했다.

수원시 영통구는 지난 4월 여성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숙직 근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매월 첫째, 셋째 주 목요일은 여성 공무원이 숙직을 하며 여성 3명과 남성 1명을 1개조로 편성해 야간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구청 내에 여성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면서 기존 숙직을 맡던 남성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부산지역 공무원 사회의 숙직 문제도 홈페이지 등에서 기싸움을 할 문제는 아닌 듯싶다. 이미 시범 운영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진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강승우 내셔널부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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