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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미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바람 불고 금리 인상도 본격화”

중앙일보 2016.09.30 00:35 종합 30면 지면보기
국제통화 체계 함께 연구해 온 정덕구 이사장과 아이컨그린 교수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대·64) 교수는 국제금융·통화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달러화의 전 세계 기축통화 지위가 끝나 가고 있다”고 설파한 최신 저서 『달러제국의 몰락』에서 입증된 것처럼 경제이론과 세계 강국들의 정치·역학 관계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경제에 관해서도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한 그는 국내에도 지인이 적지 않다. 동아시아 통화협력 체제를 연구해 세 권의 책을 공동으로 펴낸 정덕구(전 산업자원부 장관·68) 니어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두 사람이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함께 참석한 기회에 대담을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때마침 발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에서 시작해 중국 경제 전망과 일본 아베노믹스의 미래, 미국 대선이 몰고 올 정치·경제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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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중국 베이징 유이(友誼)호텔에서 만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왼쪽)과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대 교수. 20년 가깝게 교유하며 영어로 된 책을 세 권이나 공동 저술한 이들은 대담에 열중하느라 주문해 놓은 조찬에는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사진 신경진 특파원]

정덕구=이 대담을 하기 직전인 22일(현지시간) Fed의 금리 동결 발표가 있었습니다.

미국 Fed 12월엔 금리 인상 확실
결국 3~4%까지 서서히 올릴 것
미국과 중국 관계 협력 쉽지 않아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무역 둔화

아이컨그린=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미국 경제가 성장은 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1%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시점에서의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였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12월엔 인상할 전망입니다. Fed는 원래 경기 침체가 또다시 닥쳐올 가능성에 대비해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기 침체 시 다시 내릴 수 있도록 말이죠.

정덕구=인상 폭뿐 아니라 인상의 속도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이컨그린=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12월에 0.25%포인트를 인상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어떠한 단계를 거쳐 어떤 식으로 인상할 것이냐는 점입니다. Fed가 12월에 금리를 인상한 뒤 한동안 멈출지 아니면 추가 인상을 할지 여부는 추후 발표되는 미국 경기 지표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적정 금리 수준인 3~4%까지 완만하게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덕구=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미 금리 인상 때마다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1994년 미국의 금리 인상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불렀고, 2004년 금리 인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연준이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만약 Fed가 1% 이내의 금리를 1년 이상에 걸쳐 완만하게 올린다면 신흥국에도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을 걸로 봅니다.

아이컨그린=동감입니다. 지금 신흥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90년대와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Fed는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이 피해를 보고 그 파장이 다시 미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난해 Fed가 한 차례만 금리를 인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정덕구=한국은 현재 가계부채 증가라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경기가 나빠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릴 수요가 있는데 Fed 금리 인상으로 어쩔 수 없이 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Fed 금리 인상 이후 한국은행은 평균 16개월 만에 반응했습니다. 이번에도 Fed가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은 상당 기간 지켜보고 나서 움직여야겠습니다. Fed가 금리를 인상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컨그린=한국은 Fed가 금리를 매우 서서히 올릴 경우 충격에 대처할 시간이 충분히 있을 겁니다. 한국은 재정정책을 통해 소비를 진작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국은행을 통한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정덕구=2008년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는 세계 경제가 중국의 과감한 경기 부양에 힘입은 바 큽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국 경제도 침체 국면이어서 특정 국가에 의존해 세계 경제를 되살리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20개국(G20) 같은 국제기구가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기 침체는 얼마나 지속될까요.

아이컨그린=현재 세계 정치와 국제 정세의 불안정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있어 앞날이 불확실합니다. 또 최근에는 브라질의 탄핵 사태, 터키 쿠데타 등이 있었습니다. 정치 상황이 안정된다면 경기 침체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봅니다. 어떠한 국가도 세계 경제를 혼자서 살릴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여러 국가가 힘을 합쳐야 하지만 나는 회의적으로 봅니다. 정치적인 문제가 너무 많아 협력을 가로막기 때문이죠.

정덕구=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보듯 중국은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행동들도 감행하고 있습니다.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미·중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봅니까.

아이컨그린=만일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중국과의 협력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고립주의 성향을 갖고 있어서 중국에 관세와 경제 제재 등 경제적 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군사적 행동에도 관심이 없고 미군이 한국군이나 필리핀군 등 다른 국가와 연계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워낙 예측 불가여서 솔직히 트럼프가 당선 뒤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해도 미·중 관계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미 해군을 활용해 남중국해가 국제 수로라는 점을 강조할 테고,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방어무기 체계를 배치할 것입니다.

정덕구=많은 사람이 트럼프 현상을 우려와 함께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는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소득 불평등, 그리고 오바마 정권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별로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러한 미국 국민의 불만을 무시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아이컨그린=맞는 말입니다. 트럼프의 등장이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화당 지지자 중 자신들이 소외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분노와 결집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국제화와 신기술의 등장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믿으며 그들의 소득 역시 제자리걸음이라고 믿습니다. 이들은 중국과 로봇을 비롯한 신기술이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비난합니다. 둘째는 공화당 주류에 대한 반감입니다. 대신 트럼프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보수 성향의 중산층을 대변하고 있는 겁니다.

정덕구=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도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나 클린턴이 이러한 분노를 잠재울 능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아이컨그린=맞습니다. 계층 변동의 가능성이 줄고 고착화되는 현상이나 불평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 축적된 것이며 한두 가지 정책으로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자유무역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학계의 책임이 큽니다. 멕시코 등으로부터의 이민자 유입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미국인은 도왔지만 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오히려 해가 됐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이민과 자유무역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정치인도 뒤처진 사람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덕구=미국 정치는 의회의 권한도 막대합니다. 이번 11월 선거에서 미 의회는 어떻게 될 것으로 봅니까.

아이컨그린=석 달 전 클린턴이 트럼프를 큰 차이로 앞서고 있을 때만 해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는 백악관은 민주당이, 양원은 공화당이 가져갈 것으로 봅니다. 미국인은 대통령의 권한이 한정된 ‘분리된 정부’를 선호합니다. 민주당 지지자는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의견에 대해 최대한 많은 ‘거부권’을 행사해주길 원할 겁니다.

정덕구=중국 경제는 수출 기업과 제조업에 초점을 두고 지난 수십 년간 고성장을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르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데 중국 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보십니까.

아이컨그린=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현재 중국 내부에서는 완전한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하자는 쪽과 지금처럼 국가 관리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 부채인데 성장률을 올해와 내년에 6%, 후년에 5.5%로 연착륙하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내가 보건대 중국 정부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덕구=생산성과 노동시장이 위축되고 있는데 어떻게 6%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이컨그린=신(新)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부문에서 생산성이 늘고 투자도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생산성이 약한 부문에도 여전히 많은 돈이 투입되고 있고 기업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투자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요.

정덕구=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초기에 많은 사람이 부정적으로 봤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부분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아이컨그린=아베 정권이 초점을 둔 세 개의 화살, 즉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확대, 그리고 구조조정 모두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행이 따라주질 않아 나는 실패작으로 평가합니다. 나는 33년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2013년 아베 총리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두 사람 모두 경기 침체 시기에 당선됐고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진작하려 했습니다. 루스벨트는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는 명언을 남겼고 이를 통해 소비를 늘리려 했죠. 두 지도자 모두 통화정책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막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구조조정입니다. 루스벨트는 뉴딜 정책을 통해 구조조정에 성공했고 경제가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베는 이 부분에서 실패했습니다.

정덕구=보호무역주의의 재발 조짐이 보이고 지역주의가 약화되면서 세계 경제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아이컨그린=경제가 둔화하면 보호무역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과거에는 무역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질렀는데 이제는 비슷한 수준으로 갈 것이고 따라서 수출 중심의 전략은 과거와 비교해 효과가 적을 것입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해운업 역시 과거와 비교해 조금 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정덕구 이사장은
니어재단 이사장. 1997년 재정경제원 차관보 당시 외환위기 수습의 주역이었고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서울대와 중국 베이징대·런민대 초빙교수였다. 쓴 책으로 『외환위기 징비록』 『키움과 나눔을 넘어서』 등이 있다.
배리 아이컨그린은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국제통화 체계의 세계적 권위자로 기축통화의 패권을 둘러싼 역학 관계뿐 아니라 주요국 경제정책에 탁월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정책자문위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학술자문위원회 의장, 한국은행 자문교수 등을 지냈다.

정리=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사진=신경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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