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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학교 현장···자양강장제, 선생님 빼고 버스기사만

중앙일보 2016.09.28 18:12
학교 현장의 분위기 달라졌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초교 운동장. 학부모 10여명이 이날 예정된 6학년 수학여행 배웅을 위해 운동장에 모였다. 예년과 달리 교사를 위한 간식을 든 학부모는 없었다. 학급담임에게 학생 간식을 건넬 때에도 "아이들 간식인데 아이들 배가 고프다고 할 때 먹여달라"며 아이 간식임을 재차 말했다. 자양강장제 한 박스를 들고 온 한 학부모는 버스 운전자 6명에게만 자양강장제를 한 병씩 건넨 뒤 남은 4개는 도로 챙겨가기도 했다. 이 학교 교사 박모(30)씨는 "보통 수학여행 간다고 하면 담임 먹으라며 과일이며 커피·쿠키·육포 같은 간식을 많이 싸오는데 사전 공지를 해서 그런지 그런 게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학교 정문의 풍경도 바꼈다. 상당수 학교는 아침부터  '어떠한 형태의 선물이나 청탁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물품보관함'을 정문에 설치했다. 학부모가 음식물·선물을 들고 온 경우 정문에 맡겨두게 하기 위해서다. 이날 서울 도봉구 서울외고 앞에는 '부정청탁 금지법을 적용받는 기관으로서 음료수도 받을 수 없습니다. 성원과 격려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배치됐다. 이 학교 경비실 관계자는 "시행 첫 날이라 부담스러워서 그런지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후 1시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엔 학교지킴이 3명이 정문에 배치돼 학교를 방문하는 학부모를 살피고 있었다. 상담주간이라 학부모 방문이 잦았지만 핸드백 외에 음식물이나 쇼핑백 등은 보이지 않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상담기간 동안 선물이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정문에서 일차적으로 확인한다"며 "학생 상담도 대강당에서 각 학급당 책상 하나씩 놓고 한 명씩 불러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42·여)씨는 "얼마 전 가정통신문으로 김영란 법을 안내 받았고, 문자로도 담임이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으시는 게 도와주시는 일'이란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장모(40·여)씨는 "학부모들끼리 정말 아무것도 안 사가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대부분 그냥 왔다. 앞으로 '뭐 사가야 하나' 신경쓰지 않아서 학교 오기가 더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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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대체로 김영란법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교사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지난 27일 교사 6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7.6%가 시행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이전에도 학부모와의 관계를 부담스러워 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모호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학부모에게도 선물 등을 아예 못 가져오도록 명시해 좋아하는 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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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백민경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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