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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문제는 정세균…넘버투가 비열하게 넘버원 꿈꿔”

중앙일보 2016.09.28 02:18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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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틀째 단식 농성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오전 의장실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27일 오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단식농성장에서 메모지를 읽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메모지 맨 머리에 이 대표가 직접 적은 문장은 ‘문제는 정세균이다’였다.

야당 “미르재단 감추려 국감 보이콧”
추미애 “대통령에 잘 보이기용 단식”

이날 오후 단식농성장인 국회 대표실에서 중앙일보 기자가 이 대표를 따로 만났다. 이틀째 단식 중인 이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는 “물과 소금 정도만 먹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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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말고는 해결책이 없나.
“저 사람(정 의장) 가지고는 안 된다는 거다. 고쳐질 사람이 아니다. 내가 죽지 뭐.”
왜 안 된다는 거냐.
“자기가 넘버 투(국가 의전서열 2위 )라면 이렇게 무리한 짓을 해선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이렇게 비열하게 넘버원(대통령)을 꿈꾸면 안 되지. 국회에서 중립을 지키며 여야가 부딪히는 것을 조정할 사람이….”
 
야당은 청와대 때문에 강경투쟁 한다고 본다.
“곡해되거나 왜곡된 거다.”
정 의장이나 야당에서 연락이 없었나.
“전혀 없어.”

지난 24일 새벽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처리 이후 새누리당의 타깃은 명확했다. 27일 오전 10시 새누리당은 의원총회 장소를 아예 정 국회의장의 집무실인 ‘국회 303호’로 공지했다. 정 의장이 집무실을 비운 상태에서 새누리당 의원 100여 명이 의장실 앞으로 몰려가 ‘복도 의총’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정세균씨에게 부탁한다. 박주선 부의장(국민의당)에게 의장직을 물려주고 사퇴하고 물러나는 것이 이 상황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맨입’ 정세균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15분간 머물렀다. 정 의장이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 세월호특별조사위와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언급하면서 “맨입으로…. 그래서 그냥은 안 되는(김 장관을 봐줄 수 없다는 뜻) 거지”라고 말한 걸 겨냥한 구호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정 의장 사퇴촉구결의안과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김 장관과 관련한 의혹이 해소됐음에도 야당이 해임안 처리를 부당하게 밀어붙였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이런 식으로 쉽게 장관을 날려버리면 공무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며 “야당에 밉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대선을 앞두고 야당에 줄을 서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장의 ‘맨입’ 발언이 공개되자 새누리당은 전선(戰線)을 명확히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것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미르재단 문제 등이 노출될 국감을 파행시키려는 의도”라고 맞서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이 대표의 단식은 번지수가 틀렸다”며 “정 의장 때문에 단식을 한다는 것은 핑계이고, 대통령에게 그냥 잘 보이고 싶어서”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은 이날 명지대 초청 강연에서 “그만두려고 해도 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의결하게 돼 있다”며 “국회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고 헌법에 맞지 않는다면 (내가) 탄핵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다만 대치 상황을 감안해 29일로 예정됐던 뉴질랜드·호주 출장 계획을 조정해 10월 5일 호주 ‘믹타 의장단 회의’에만 참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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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내에선 연말 예산 정국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초전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예산안은 내년 대선에서 여야가 제시할 핵심 공약을 실현할 ‘실탄’ 마련의 성격도 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예산을 밀어붙이면 여소야대 국회에서 모두 부결시키면 된다”며 “사상 초유의 예산심의 과정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유미·채윤경·이지상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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