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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정, 기업보다 전기 덜 쓰고도 5년간 9조 더 냈다

중앙일보 2016.09.28 02: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최근 5년간 일반 가정이 전력을 많이 쓴 15개 기업보다 전기를 덜 사용하고도 전기요금은 9조원가량 더 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의 원가와 판매가격이 가정용 전기보다 싼 데 따른 결과다.

주택용 ㎾h당 단가 123.69원인데
산업용은 107.41원으로 훨씬 저렴

27일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 가정은 최근 5년간 32만4895GWh를 사용하고 40조2633억원을 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삼성전자 등 전력 소비 상위 15개사는 35만1772GWh를 사용해 31조86억원을 냈다. 일반 가계가 전기는 2만6877GWh 덜 썼지만 요금은 9조2547억원 더 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순차적으로 오르며 요금부담 격차는 2011년 2조9340억원에서 2015년 9461억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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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의원은 “지난해 전력 다소비 상위 1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320조원에 이르렀는데도 이들 기업에는 전기요금을 적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이날 국회 산업위 국정감사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용 전기는 그동안 꾸준히 인상해 왔으며 현재 주택용보다 훨씬 높은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04~2013년 연평균 전기요금 인상률은 산업용이 5.8%로 주택용(1.1%)보다 높다. 그래도 지난해 전력 1㎾h의 평균 판매단가는 산업용(107.41원)이 주택용(123.69원)보다 싸다. 산업용 전기는 고압전력을 바로 사용처로 보내 송배전 비용이 낮고 투자보수비도 적게 들어 원가가 주택용보다 덜 든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산업용 전기 생산 비용이 주택용 전기보다 22원 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반 가정이 ‘요금 폭탄’을 맞는다며 억울해하는 건 이유가 있다. 전기요금 원가를 알 수 없다는 점이 한 요인이다. 정부는 2010년 이후 매년 각 공기업이 총괄원가를 산정해 공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각종 비용과 세금, 적정 이윤까지 더한 게 총괄원가다. 그런데 상수도, 도로통행 요금과 달리 유독 전기요금 원가만 2014년 이후 비공개다. 이 결과 현재 전기요금의 적정성 여부를 따질 잣대를 정부와 한국전력 이외에는 알 수 없다(본지 9월 20일자 1면, 4~5면). 정부와 한전의 ‘비밀주의’가 논란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이날 한전의 총괄원가를 공개했다. 이 의원은 제보자 및 발전 자회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지난해 총괄원가를 추산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전기판매 수익은 53조9637억원으로 총괄원가(50조7014억원) 대비 106.4%의 회수율을 기록했다. 총괄원가에 적정 이윤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한전이 3조2623억원(6.4%)의 초과 이익을 올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개 발전 자회사의 실적까지 더하면 초과 이익 규모는 4조9349억원으로 불어난다.

이 의원은 “지난해 한전이 걷은 전기요금이 54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 한 사람당 적정요금의 10%가량을 더 낸 셈”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해 11조3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챙겼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이날 국감에서 “올해 영업이익은 10조~11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돈이 정부의 ‘쌈짓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올해 한전의 배당 규모(1조9900억원)를 정한 한전 이사회(2월 29일) 발언록을 공개하고 “한전이 과다 배당을 통해 세수 부족과 국책은행의 적자를 보전했다”고 말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전이 생산과 판매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판매시장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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