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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의 훙샹그룹 직접 제재에 반대”

중앙일보 2016.09.28 01:57 종합 14면 지면보기
미국이 북한 핵개발 지원의혹을 받고 있는 훙샹(鴻祥)그룹 및 관계자들을 직접 제재한 데 대해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당국이 제시한 증거에 따라 훙샹 그룹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서는 등의 협력 자세와는 별개로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데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자국법 중국 기업에 적용하면 안돼”
미 ‘세컨더리 보이콧’ 추진도 제동
한국 외교부선 “훙샹 제재 높이 평가”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국가도 자국법을 중국의 기업과 개인에게 확대 적용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떠한 기업과 개인이 위법 행위를 했다면 중국 정부는 조사를 거쳐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관련 국가들과는 상호 존중과 대등의 원칙에 따라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의 발언은 훙샹그룹 조사 및 처분은 어디까지나 중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며 미국의 직접 제재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미국이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한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26일 행정명령 13382호에 따라 중국의 단둥훙샹산업개발공사 및 관계자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의 거래의 위험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중국뿐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 및 단체들의 경각심을 고취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훙샹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단둥훙샹실업발전과 최대주주 마샤오훙 등 이 회사 수뇌부 중국인 4명을 제재 리스트에 공식 등재했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사 이미지

마샤오훙

한편 마샤오훙(馬曉紅) 훙샹그룹 회장은 8월 미국 사법당국의 증거 제공에 따라 체포되기 이전인 올 초에도 불법적인 대북 교역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 회장의 한 지인은 “올 1월 단둥(丹東) 공안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으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며칠만에 풀려난 적이 있다”며 “마 회장이 지방 관가에 구축해 둔 인맥 덕분에 무사히 나온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번 수사는 중국 중앙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또 “마 회장의 대북사업은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키운 것”이라고 증언했다. 중국 기업정보망에 따르면 마 회장의 시어머니 딩아이롄(丁愛蓮)은 훙샹 그룹 계열사 여러 곳의 주주나 감사로 등재돼 있다. 마 회장은 20대 초반 쇼핑몰 사무직원으로 잠깐 일한 뒤 1990년대 중반 단둥의 무역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마 회장은 이 회사 직원으로 대북사업에 관여했다.

마 회장의 지인은 “당시 무역회사 사장이던 딩이 마의 능력을 알아보고 아들과 결혼시킨 뒤 대북사업을 물려줬다”며 “마 회장이 2001년 자신의 명의로 훙샹실업을 설립할 때에도 자본금의 대부분은 딩에게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초기에 시어머니의 자본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 마 회장이 과감하고 공격적인 경영으로 사업체를 키워 오늘날의 훙샹 그룹을 일궈낸 것”이라며 “마 회장의 남편은 단둥 공무원이며 고교생인 딸이 캐나다에 유학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 회장이 선양 칠보산 호텔은 사업상으론 유망하지 않았지만 북한 권력층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지분을 인수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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