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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불황 이어 현대차 파업까지…울상 짓는 울산

중앙일보 2016.09.28 01:17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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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가 27일 부분파업에 돌입해 노조원들이 11시경 조기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30일까지 부분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 송봉근 기자]

“현재 울산 조선소 도크에 있는 배가 88척인데 10개월이면 모두 인도가 끝납니다. 올해 새롭게 수주를 한다 해도 설계를 거쳐 2018년 건조할 수 있어 내년 하반기에는 일거리 공백이 생깁니다.”

현대차 파업 장기화 전망… 상권 위축
IMF 이후 처음으로 실업률 3% 넘어
경주 지진에 인접한 울주군도 피해

27일 만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14년 말 시작된 조선업 불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박 수주량 세계 1위를 자랑하던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선박 조립시설인 도크 11곳 중 제4도크 가동을 멈추고 선박 보수공간으로 용도를 바꿨다. 수주량이 줄어 1973년 창사 이래 처음 도크 문을 닫은 것이다.

26일 오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공장의 직원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이날 1조(오전 6시 45분~오후 3시 30분 근무), 2조(오후 3시 30분~다음날 0시 20분)로 나눠 노조원 4만9000여 명이 동시에 일손을 놓아서다. 12년 만의 전면파업이다.

노조는 지난 5월 사측과 임금 협상 이후 19번 파업을 했다. 회사 측은 이날 하루 1600억원 등 올해 누적 손실액이 2조5000억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협력업체의 손실액도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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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수도’ 울산이 효자산업인 조선·자동차 업계의 잇따른 악재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울산의 조선산업 생산액은 전년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울산대 이성균(사회과학부) 교수는 “조선업 불황이 연관 중소기업 재정 악화, 주변 상권 위축 등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 전하동에서 생선구이집을 하는 한모(60)씨는 “24년 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한숨지었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북구의 상인들은 현대차의 파업 장기화에 걱정이 태산이다. 파업 이후 눈에 띄게 장사가 되지 않아서다. 급기야 김기현 울산시장은 27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 노조의 파업자제를 호소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30일까지 매일 6시간씩 부분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 침체로 노동시장도 좋을 리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실업률은 지난해 1분기 2.9%에서 올 1분기 3.9%로 상승했다. 울산에서 실업률이 3%를 넘어선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지진까지 겹쳤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일어나면서 울산은 1632건 15억여원의 지진 피해가 났다. 진앙인 경주 내남면과 6㎞ 거리인 울주군 두서면의 피해가 심했다.

주민들은 심리·경제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울주군 구영리 주민 최모(41)씨는 “가뜩이나 경제가 안 좋은데다 지진으로 심리적 불안까지 겹쳐 누가 마음 놓고 소비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기현 시장은 “울산시민은 현재 삼중 사중고를 겪고 있다”며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글=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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