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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 릴레이 기고 <6> 러시아에서 통일을 생각하다

중앙일보 2016.09.28 00:44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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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회의원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할 때 통일 문제에 대한 고민은 그 출발점이다. 그 점에서 독일은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다. 독일 통일은 사민당·기민당 정권을 넘어선 일관된 통일정책과 주변국들의 통일에 대한 지지와 컨센서스 덕분이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20세기 초 조선반도의 독립에 주변국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했던 것처럼 한반도의 통일 역시 주변국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장인 푸시코프와 남북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의 통일을 진정으로 원하는 국가는 러시아밖에 없다며 한·러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게 떠오른 것은 오히려 그 어느 국가의 외교적 고려와 정책 속에도 우리의 통일은 자리 잡고 있지 않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도 처음엔 오직 미국만이 통일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고르바초프의 지지를 얻어 내고 통일 독일의 힘을 두려워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반대를 무마시킨 통일외교의 힘이 컸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통일외교를 위한 노력을 우리는 하고 있을까? 우리의 통일이 주변국에 실질적 이익을 주고, 나아가 동북아 중심의 세계 평화와 번영에도 이바지한다는 컨센서스를 이뤄 내고 있을까? 쑹화(松花)강과 우수리강이 합류해 하나의 아무르강(강 이름이 평화라는 뜻을 담았다)을 이루는 것을 보며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연해주 공동 개발에 북한의 합류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다는 것과 러시아·중국·일본·미국과 대한민국의 북극 항로 논의 역시 북한의 개방을 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변국에도 남북 관계에도 모두 플러스로 작용할 수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아무르강이라고 생각하니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이 이곳에서 탄생된 연유를 알 듯도 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정치한 논의와 청사진 그리기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통일을 향한 미래의 준비를 멈춰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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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얼빈 상공에서 본 쑹화 강. 백두산에서 발원된 강물은 헤이룽 강과 합류한 뒤 아무르강이 되어 바다로 흘러간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런데 지금 우리는 내부적으로 그러한 준비가 돼 있을까?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미사일을 발사해도 우리는 모두 이분법적 사고로만 접근한다. 올해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된 국론 분열로 얼마나 많은 비용이 발생했는가? 보수·진보정권이 180도 다른 통일정책을 주장할 뿐 아니라 같은 보수정권 내에서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른바 통일정책의 네이밍도 다를 뿐 아니라 내용도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보수·진보정권을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고, 그럴수록 우리의 남남 갈등은 더욱 심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세이의 여정은 의의가 크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문인은 물론 보수와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토론한다. 그러는 사이 서로서로 본성마저 조금은 삐딱하게 보던 시각을 거둬들이기도 한다.

그렇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금부터라도 보수·진보를 넘어서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통일정책을 만들어 가 보자. 정권을 초월하는 포용적 통일정책이야말로 통일을 향한 큰 걸음의 시작이라고 본다. 물론 북핵이란 변수와 북한 정권의 예측 불가능성이란 변수가 우리의 외교·안보정책과 엮이면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독일의 통일정책을 제안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북핵과 미사일 실험, 대북제재의 엄중한 남북 관계 속에서도 인도적 지원과 접근은 허용되고 계속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두만강 수해에 관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결정은 그 연장선에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없는 아동용 방한복 제공을 지극히 신중한 절차를 거쳐 제안하고 있으니.

이번 리우 패럴림픽 개막식에서의 일이다. 패럴림픽 집행위원은 자신의 국가 선수단이 입장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를 흔드는 등의 세리머니를 한다. 전 세계에 10명밖에 없는 집행위원인 만큼 여러 의미에서 영예로운 것은 물론 전 세계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집행위원인 필자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물론 참가 선수가 2명뿐인, 아직은 초라한 북한 선수단에도 일어서서 뜨거운 박수를 보내 줬다.

그때 다가오는 당황한 시선들. 그러곤 그들이 건네는 이야기 속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뿐 아니라 그 체제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 모두를 똑같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으로 슬프고 아픈 순간이었다. 남북 통일이 당겨져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나 경 원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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