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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올랐지…다시 보이는 인도 펀드

중앙일보 2016.09.28 00:01 경제 6면 지면보기
코끼리는 달리고 있었다. 삼바 축제에 정신이 팔려 못 봤을 뿐이다.

올 5% 수익률 … 3년 간 따지면 65%
급락 후 급등 브라질 상품보다 실속
국내 주식형펀드는 올 1% 수익 불과

동물원 얘기가 아니다. 인도 펀드다. 소리없이 잘 나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는 올 들어서 5%의 수익(23일 기준)을 거뒀다. 6개월 수익률은 11.6%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서 1%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의 수혜를 한 몸에 받은 브라질 펀드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다. 브라질 펀드는 연초 이후 5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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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길게 보면 다르다. 인도 펀드는 3년 동안 65%의 수익을 올렸다. 다른 어떤 국가나 지역, 테마 펀드보다 낫다. 같은 기간 브라질 펀드의 성적은 -25.7%다. 올 들어 브라질 펀드가 비상한 것은 과거 그만큼 추락했기 때문이다. 변동성, 다른 의미로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다.

짧게 봐도 길게 봐도 좋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괜찮은 성적에 돈이 몰려도 시원치 않은 판에 오히려 돈이 빠져나갔다. 인도 펀드에서는 최근 3개월 새 15억원이 순유출됐다. 3월 해외 주식형펀드에 비과세 혜택이 도입됐는데도 올들어 늘어난 설정액은 64억원에 그친다. 2008년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와 친디아(중국+인도) 펀드에 데였던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다.

하지만 인도 주식시장은 급등했다. 지난 2월 말 저점(2만2495)을 찍었던 센섹스 지수는 지난 8일 연중 최고점(2만9682)을 기록, 30% 가까이 올랐다. 최근 조정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2만80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오른 데는 이유가 있다. 가파른 경제 성장세가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1분기 인도 경제(GDP)는 7.9% 성장하면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성장률 전망치는 7.5%다.

겹겹이 쌓였던 규제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 지난달 3일 상원을 통과한 상품서비스세(GST) 법안이 대표적이다. 인도 29개 주마다 서로 다르게 부과하고 있는 부가가치세(16~27%)를 하나의 세율로 단일화한 게 GST의 골자다. 최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를 통과할 때마다 따로 세금을 내는 비효율성이 사라지면서 GDP가 약 2%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GST 법안 통과가 외국인 투자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템플턴이머징마켓그룹의 마크 모비어스 회장은 최근 “모디 총리의 성장 전략에 높은 기대를 걸며 인도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이 오른 가격은 부담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인도법인이 설립한 DSP블랙록마이크로캡펀드는 지난달 말, 펀드에 신규 자금을 안 받겠다고 선언했다. 비닛 삼브레 펀드매니저는 “우리는 현재 인도 증시의 밸류에이션(가치)에 대해 매우 불편하게 느낀다”며 “정상적인 펀드 운용을 위해서 단기 내에 밸류에이션이 낮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움츠려 있던 자산운용사가 나서 펀드 투자를 독려하는 것도 찜찜하다. 한 운용사은 27일 현지 펀드매니저를 초청, 인도의 투자 기회를 역설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다른 운용사 대표는 “바닥에서 세일즈에 나서면 좋은데 그럴 땐 수익률이 안 좋으니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다”며 “경험칙으로 보면 운용사가 나서 세일즈할 때가 이상하게 꼭지더라”고 말했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인도는 30년 전 중국과 닮았다”며 “1980년대 중국의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전세계에 몇 남지 않은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는 ‘넥스트 차이나’”라며 “시장이 많이 오른 탓에 단기로 보면 조정이 올 수 있지만 장기로 보면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 ”이라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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