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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차에서 즐기는 차로…성능 업그레이드 무한 레이스

중앙일보 2016.09.28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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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차는 자동차 브랜드의 ‘백미’(白眉)다. 패션쇼로 치면 대중이 입을 수 있는 기성복을 선보이는 ‘프레타 포르테’보다 입기 어렵지만 한 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할 브랜드 컨셉트를 제시하는 ‘오트 쿠튀르’에 가깝다. 격투기로 치면 무한경쟁이 가능한 ‘무제한급’에 속한다. 이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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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부산 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가 첫선을 보인 제네시스 ‘G80 스포츠’.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자동차다. [사진 각 업체]

현대차는 제네시스 ‘G80 스포츠’를 다음달 중순 출시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G80 스포츠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고성능 모델이다. 6기통 가솔린 3.3L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 출력 370마력, 최대 토크 52㎏f·m의 성능을 낸다. 자동차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그물망(매시) 모양으로 바꾸고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를 키워 한층 역동적인 멋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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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아반떼 스포츠’. [사진 각 업체]

현대차는 앞서 지난 4월 아반떼AD의 고성능 모델인 ‘아반떼 스포츠’를 선보였다. 1.6L 가솔린 터보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27㎏f·m의 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아반떼 가솔린 2.0 모델 성능(최고 출력 149마력, 최대 토크 18.3㎏f·m)보다 힘이 좋다. 라디에이터 그릴엔 ‘터보’ 배지를 달았다. 아반떼 스포츠는 출시 후 이달 20일까지 2077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아반떼 전체 판매량의 5.6% 규모다.

프리미엄 이미지 확보 노려 총력전
현대·기아차 ‘고성능화’ 부쩍 속도
내달 ‘G80 스포츠’ 내년 ‘N’ 발표
한국GM ‘카마로SS’로 인기 몰이

고성능차 전용 브랜드인 ‘N’은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신차 이름 ‘N’은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와 N을 담금질하고 있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주행 시험장의 머릿 글자에서 따왔다. 현대차는 N의 내구성을 시험하기 위해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는 물론 1년간 5개 대륙을 돌며 치르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도 N을 출전시켰다. WRC는 F1(포뮬러원)에 버금가는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다. N은 올 상반기 WRC에서 폴크스바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N은 정의선(46)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프로젝트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월 직접 N을 타고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을 달리며 주행성능을 시험했다. 지난해엔 알버트 비어만(59) 전 BMW ‘M’시리즈 연구소장을 현대차 고성능차 브랜드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M은 BMW의 고성능차에 붙는 기호다. 비어만 부사장은 1983년 BMW에 입사해 30여년간 M 시리즈 개발에 주력해온 고성능차 전문가다.

기아차도 내년 상반기 중 고성능 스포츠 세단 ‘CK’(프로젝트명)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아차 브랜드를 단 전용 스포츠카는 CK가 처음이다. 제네시스 G80과 플랫폼(뼈대)을 공유하는 준대형차다. 아우디 ‘A7’처럼 차체 뒷부분을 트렁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디자인했다. 차명은 ‘K8’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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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출력 453마력을 자랑하는 한국GM의 ‘카마로SS’. [사진 각 업체]

한국GM이 올 6월 선보인 고성능차 ‘카마로SS’도 인기를 끌고 있다. SS는 카마로의 고성능 버전에 붙는 기호다. 8기통 6200㏄ 엔진을 얹었다. 최고 출력 453마력, 최대 토크 62.9㎏f·m의 성능을 낸다. 가격은 5098만원. 미국에서 생산해 들여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최고란 입소문을 타고 현재까지 사전 계약만 750대를 기록했다.

국산차 브랜드가 고성능차 브랜드 강화에 나서는 건 국내 수요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를 단순한 교통수단에서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즐길 거리’로 여기는 문화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성능차는 수요를 떠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승부처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를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로 도약시키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란 얘기다. 벤츠 AMG나 BMW M, 아우디 RS, 렉서스 F 시리즈가 대표적인 고성능차 브랜드다. 비어만 부사장은 “현대기아차는 지속적으로 고성능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극한 상황의 주행 테스트를 통해 쌓은 고성능차 개발 경험과 데이터를 향후 양산차 개발에도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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