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가 만난 사람] ‘유모차 벤츠’가 저출산 한국서 질주하는 까닭

중앙일보 2016.09.28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스토케 이끄는 반 드 푸테 CEO
기사 이미지

방한한 안톤 반 드 푸테 CEO를 인터뷰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강조했다. [사진 스토케]

“저출산 국가에서도 고급 유아용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할머니·삼촌이 사주는 유아용품
평범한 것보다 고급 제품 더 선호
신사동에 세계 2호 플래그십 오픈

노르웨이 유아용품 전문업체인 스토케의 안톤 반 드 푸테(Anton Van De Putte·49) 최고경영자는 국내 시장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 출산율이 1.2명 수준으로 낮은데다가 요즘 들어 스토케 인기가 시들해 진 것 아니냐”는 ‘돌직구’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부모 뿐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까지 유아용품을 사고, 이들은 고급 제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8개의 지갑이 동원된다는 ‘에잇 포켓’ 얘기다. 그는 “한국 여성은 패션이나 유행을 주도한다”면서 “한국에서 시작된 유행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하는 이유다.
기사 이미지

27일 노르웨이 유아용품 업체 스토케가 세계 두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한국에 열었다. 신제품 유모차 ‘익스플로리 5.0’도 세계에서 처음 국내서 출시했다. [사진 스토케]

27일 국내 첫 스토케 플래그십이 서울 신사동에 문을 열었다. 에르메스, 랄프로렌 등 해외 명품 매장들이 근처에 있다. 단순히 제품만 팔지 않는다. 유모차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육아 강좌도 열린다. 반 드 푸테 CEO는 이날 스토케의 대표색인 주황색 넥타이를 매고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 간담회가 끝난 후, 그를 따로 만났다. 그는 지난해 7월 스토케 최고경영자로 취임해 스토케를 이끌고 있다.

스토케는 1932년 노르웨이의 게오르그 스토케 가문이 가구 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더 이상 스토케 가문의 회사가 아니다. 2014년 NXMH가 스토케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NXMH는 한국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벨기에 법인이다. 인수 이후, 스토케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기사 이미지
반 드 푸테 CEO는 “경영진이 일주일에 2~3회 대주주에 보고를 한다. 대주주가 감독을 하지만 무엇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NXMH에 인수되기 전, 스토케 가문도 경영 문제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았다. 경영진이 결정을 내리고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수준이었다. 지금도 이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주주가 한국 기업이라 아시아 시장에 좀 더 빠르게 집중하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변화 중 하나다. 물론 다음달에 러시아 모스크바에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등 다른 지역 시장도 확대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스토케는 ‘유모차계의 벤츠’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고급 유모차의 대표 브랜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아시아 국가이지만 일본에서는 다르다. 스토케 제품 중 유모차(익스플로리)보다는 유아용 의자(트립트랩)이 훨씬 더 많이 팔린다.

반 드 푸테 CEO는 “한국 엄마들은 유행에 민감하다”며 “유아용 의자는 집에서만 사용하지만, 유모차는 집 밖에서 사용하다 보니 과시용 제품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스토케는 2003년 유모차 익스플로리를 처음 출시했다. 한국 시장에는 2006년에 소개됐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는 고가의 유아용품 시장이 점점 커가는 시기였다.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지면서 스토케가 큰 인기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중국 상하이(上海)에 스토케의 첫 플래그십 매장이 문을 열었다. 서울 신사동 매장은 두번째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이다. 반 드 푸테 CEO는 “최근 소비자들은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전문 매장을 선호한다. 지난해 10월쯤 동료들과 한국을 찾아 이곳을 지나가다가 여기에 매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고, 인력을 투입해 전문 매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매장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다르지만 이를 볼 때 한국 시장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한 아이에 대한 지출이 커지는 경향성은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일어나는 현상이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의 작은 가구 회사로 시작한 스토케는 세계 80여 개 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85년간 브랜드를 이끌어 온 동력은 무엇일까. 반 드 푸테 CEO는 “열정적인 인재들”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잘해야지’ 수준이 아니라 극한까지 밀어 붙이는 완벽함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근속 기간도 매우 길다. 20~25년 이상 스토케에서만 일한 직원들이 상당수다. 한번 입사하면 평생 직장으로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스토케는 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쇼핑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는 “바쁘거나 첫째 아이가 있는데 둘째를 임신한 경우라면 매장을 직접 찾아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온라인 매장도 오프라인과 같은 쇼핑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배송 부분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급 유아용품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이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도 늘어났다. 반 드 푸테 CEO는 “스토케는 이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부모와 아이의 교감을 중요시한다. 높은 유아용 식탁은 어릴 때부터 아이가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유모차도 의자가 높아 부모와 눈을 맞출 수 있다. 아이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기본이자 최고의 전략이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