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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골프의 장인정신과 로봇 그리고 악기

중앙일보 2016.09.27 11:11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에는 일본어로 ‘야라마이카’라는 말이 있다.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뜻을 가진 ‘야로우쟈나이까’의 지역 사투리다. 야마하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하마마쓰 정신’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야마하 골프도 ‘하마마쓰 정신’을 통해 탄생했다. 18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야마하의 악기제조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야마하 골프는 ‘고민보다는 우선 행동하고 도전하라’는 창업주의 뜻을 깊이 새기고 있다. 하마마쓰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서서히 빛을 내고 있는 야마하 골프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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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골프를 대변하고 있는 로봇과 장인정신.

‘하마마쓰 정신’ 획기적 클럽 개발 추구

야마하는 의료기기 수리공인 야마하 도라쿠스가 오르간을 수리하는 인연을 바탕으로 1887년 악기 회사로 첫 발을 뗐다. 1902년 그랜드 피아노 제작을 시작했고, 점차 영역을 확대해나갔다. 1957년부터 스포츠용품을 만들었고, 1982년 골프 클럽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야마하 골프는 다른 용품 경쟁사보다 역사가 길지 않지만 ‘하마마쓰 정신’으로 신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겐이치로 시바 골프기획개발팀 매니저는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획기적인 것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야마하 골프는 ‘크고 가벼운’ 획기적인 카본 헤드를 1980년대 초에 내놓았지만 전통성을 중시했던 분위기여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또 1991년에는 주조 사출 형태로는 세계 최초로 티타늄 드라이버를 제작했다. 헤드 크기가 220cc로 파격적으로 컸고, 당시 가격 22만엔으로 고가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반응이 미지근했다. 야마하 골프의 야심찬 신제품들은 실패로 이어졌다.

강인한 브랜드 ‘로봇 파워’로 한국서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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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골프에서 활용한 `골프 머신` 로봇 광고.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야마하 골프의 인기는 더 좋다. 야마하 골프의 수입 총판인 오리엔트골프의 이동헌 부사장은 “클럽의 연 매출 규모가 400~500억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내에서 일본 브랜드 중 매출 1~2위를 다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엔트골프의 매출이 일본 야마하 골프 전체 매출을 앞지른 해도 있었다.

오리엔트골프의 체계적인 판매 시스템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등이 국내 돌풍의 원동력이 됐다. 먼저 글로벌 기업인 야마하의 이미지 때문에 골프 브랜드로 국내에 소개될 때 이득을 봤다. 높은 인지도에 차별화된 이미지 광고를 더해 골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09년에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거인 ‘케이론’을 형상화했고, 2011년에는 배트맨 시리즈 광고를 하는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이미지 광고에 집중했다.

2013년부터는 ‘골프 머신’이라는 로봇 광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놀라운 비거리와 정교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로봇이다. 디즈니의 ‘아이언맨’을 도용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야마하 골프의 독창성으로 인정받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동헌 부사장은 “야마하 골프의 광고를 일본판과 다르게 한국에서 따로 제작한다.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클럽 라인도 있을 정도로 독자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골퍼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 하루(일본)와 안시현, 윤채영 등 국내외 정상급 프로 골퍼들이 야마하의 클럽 성능을 입증하며 필드를 누비고 있다.

악기와 접목 ‘감성 경영학’

130년 역사를 간직한 야마하의 브랜드 슬로건은 ‘Creating KANDO Together(감동을 함께 만들어 간다)’다. KANDO는 감동(感動)을 의미한다. 지난 7일 방문한 악기 제조공장에서 오랜 기간 야마하를 지탱해준 장인정신을 비롯해 세심한 배려와 정교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쿄돔 5배에 달하는 25만평의 공장에서는 650여 명의 기술자들이 ‘자신만의 공정’에 몰두했다.

견학 안내를 맡았던 관계자는 “피아노 제작에 모두 8000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건반 1개당 300번의 테스트를 할 정도로 세밀한 공정이 이뤄진다. 숙련된 장인이 마지막 조율을 해서 끝난다. 사람의 손길을 거쳐 최종적인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에 피아노 소리가 미묘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 나무 건조부터 시작해 공정 과정만 2~3년이 걸린다고 한다. 관악기의 경우 2000번의 정성스러운 두드림 끝에 완제품이 된다.

야마하는 같은 디자인팀이 악기와 골프를 담당한다. 그렇다보니 악기의 감성이 골프에 자연히 배이기도 한다. 브리지스톤 등 타이어 회사에서 골프 클럽을 제작하기도 하지만 악기의 감성을 반영해 골프에 접목하는 건 야마하가 유일하다. 악기를 개발할 때 쓰이는 반무향실(半無響室)에서 골프 클럽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페이스와 솔 등에 레이저를 쏴서 타구음을 측정해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찾는 연구다. 예전에는 헤드가 작아서 연구에 한계가 있었지만 헤드가 점차 커지면서 타구음 측정 연구도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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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무향실에서 타구음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야마하의 디자인 철학은 ‘사람이 주체’라는 데 있다. 다이스케 사이토 디자인팀장은 “제품이 돋보이기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쓰는 사람의 오랜 파트너가 돼야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130년 역사를 간직한 야마하의 가치가 단순히 생긴 게 아니었다. 또 다이스케 팀장은 “악기에서 표현하고 싶은 소리를 디자인하려 하듯 골프 용품도 멀리 보내고 싶은 욕망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감성 트레이닝을 위한 직원들의 청각 교육도 있다.

장인정신과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

야마하는 130년간 피아노를 비롯해 바이크 등을 제작하면서 나무와 철 소재를 다루는 노하우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악기, 모터사이클 부서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다.

야마하의 기술은 장인정신과 ‘로봇’의 평행선으로 볼 수 있다. 야마하는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계화에 집중하지 않는다. 료타 보자키 매니저는 “공업품이 아닌 공예품에 가까운 것들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생각으로 소중하게 제작한다. 공정은 기계가 하지만 최종 마무리, 연마, 도장, 도색 등은 장인의 손을 거친다”라고 설명했다.

로봇은 최첨단 기술을 대변하는 단어로 볼 수 있다. UD+2의 탄생도 최첨단 기술력에서 비롯했다. 겐이치로 시바 매니저는 “UD+2는 정밀한 단조 공법으로 탄생했다. 다른 용품사의 경우 아무리 단조라 하더라도 사람의 손을 거쳐 추가 용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밀한 기술로 이 부분 없이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오차 범위는 0.1mm 이하”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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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골프는 샤프트 중심의 독자적인 피팅 분석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샤프트에 코일을 감아 샤프트의 뒤틀림과 헤드의 움직임까지 분석해 피팅을 돕는다.

이외도 야마하 골프의 피팅센터에서는 2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한 분석 시스템을 통해 샤프트에 중점을 둔 피팅이 이뤄지고 있다. 피팅센터의 고지 프지사키 주임은 “헤드 스피드만이 아닌 샤프트의 뒤틀림 정도를 분석해 샤프트를 권한다. 이 시스템은 볼 움직임뿐 아니라 헤드 움직임까지 분석해 수치로 보여준다”며 “골퍼들과 분석 수치에 대해서 얘기하고 샤프트에 대한 느낌 등을 들은 뒤 감성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서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샤프트를 권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야마하 골프는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공급자와 소비자가 동일한 애착을 가지고 함께 제품 혹은 감동을 만들어간다는 야마하의 철학은 변치 않을 것이다.

하마마쓰=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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